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현대 스포츠처럼 다듬은 中 전통무예… 이연걸은 우슈 챔피언 출신

입력 : 2019.09.10 03:05

우슈(武術)

지난 6일 막을 내린 '충주 세계무예 마스터십대회'는 태권도, 유도, 우슈, 무에타이 등 20개 종목에서 선수 2400여명이 실력을 겨뤘습니다. 그런데 조금 생소한 종목이 있을 겁니다. 바로 '우슈'죠. 우슈는 어떤 종목일까요?

중국 무예 '우슈(武術)'는 말 그대로 '무술'입니다. 영어로도 무술이라는 뜻의 '마셜 아츠(martial arts)'라고 부릅니다. 쿵후(功夫)와 같은 뜻입니다. 다만 현재는 스포츠화된 종목으로서의 '우슈'와 전통무술 '쿵후'를 나눠 부르는 추세입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슈 타오루 부문 장권 결선에서 이하성 선수가 경기를 펼치는 모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슈 타오루 부문 장권 결선에서 이하성 선수가 경기를 펼치는 모습. /성형주 기자
우슈는 '타오루(套路)'와 '싼다(散打)' 두 가지 세부 종목으로 나뉩니다. 타오루는 태권도 품새처럼 무술 동작을 펼쳐보여주는 연기 종목입니다. 타오루는 장권(長拳), 남권(南拳), 태극권(太極拳)의 권법 부문과 단병기인 도술, 검술, 장병기인 곤술과 창술의 무기술 부문으로 더 세분화됩니다. 난이도별로 기술에 점수를 주어 10점 만점으로 채점해 종목별 승자를 가립니다. 싼다는 겨루기와 같은 대련 종목으로, 체급별로 2분씩 경기를 합니다. 3전 2선승제로 승부를 가리죠. 1980년대와 1990년대 최고의 액션 스타로 활약했던 리롄제(李連杰·이연걸)가 우슈 선수 출신입니다. 중국에서 열린 대회 타오루 부문에서 여러 번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액션 영화배우로 데뷔했죠.

우슈가 쿵후에서 분리돼 스포츠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입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본토에 있는 많은 우슈 실력자는 홍콩과 대만으로 피신했어요. 이에 본토에서 전통무술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1958년 중국우슈협회를 창립하고 수백 가지가 넘는 다양한 무술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동시에 스포츠화에도 나섰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종목으로 포함되었죠.

다만 우슈는 한국의 태권도, 일본의 유도와 달리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되지는 않고 있어요. 우슈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받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어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전체 종목을 28개로 제한하면서 새로운 종목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가 어려워졌고요, 타오루 채점 결과가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에 상당히 좌우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계화가 충분히 되지 않아 우슈 전 종목에서 중국 선수가 금메달을 싹쓸이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겠지만요. 그렇지만 중국은 한국의 태권도와 일본의 유도, 가라테가 올림픽 종목이 되면서 인지도를 크게 올렸다는 걸 잘 알기에 꾸준히 올림픽 종목 채택을 시도할 것입니다.



최의창·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