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우리가 행복한 추억 남기는 동물원… 그곳에 사는 동물은 과연 행복할까?

입력 : 2019.09.06 03:07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

전채은 지음|반니|192쪽|1만3000원

동물원을 떠올리면, 어른이나 아이나 떠오르는 각별한 느낌이 있습니다. 처음 동물원에 가서 커다랗고 기묘한 코끼리와 기린을 봤을 때 느낀 신기함, 작고 귀여운 레서판다가 포르르 뛰어가는 것을 볼 때 떠오르는 미소, 징그럽다고 생각한 뱀과 파충류를 처음 가까이서 관찰하면서 발견한 아름다움 등이 뒤섞여 만들어낸 느낌이지요.

저자는 사람은 살아가면서 세 가지 이유로 동물원에 간다고 말합니다. "어릴 적엔 소풍을 위해, 성인이 되어서는 데이트를 위해, 아이를 낳은 후에는 가족과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그만큼 동물원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지구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산다는 것을 실감하기에 동물원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물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이 책은 동물원이라는 곳이 필요할지, 과연 동물에게 좋은 곳인지를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알렉산더 대왕 시절부터 권력자들은 다른 나라의 동물을 백성에게 소개하며 권력을 과시했다고 해요. 그리고 19세기 유럽에서 근대적 동물원이 등장하면서 동물은 그저 볼거리로 소비됐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다치거나 죽었고, 멸종되기도 했죠.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 책 속 일러스트
/반니

멀리서 보면 동물원의 동물들은 한가롭게 삶을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한 마리 한 마리의 삶은 고통스러울 때가 많아요. 저자는 왜 동물들이 '지금의 동물원'에서는 행복하지 않은지, 하나하나 예를 들어서 설명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동물원 환경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좁은 우리에 강제로 가둬놓고 구경거리로 삼는 것이 동물에게도 인간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을 인간이 서서히 깨닫고 있는 거예요. "좋은 동물원은 있을까?" 저자의 이 질문에 "응!"이라고 화답하는 동물원이 더 많아지기를, 우리가 불편한 마음 없이 동물들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책입니다.


박사·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