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중국 중추절에 먹는 달 모양의 과자… 순금을 월병처럼 빚어 '뇌물' 주기도

입력 : 2019.09.04 03:00

월병(月餠)

오는 13일(음력 8월 15일)은 추석입니다. 중국에서는 중추절(仲秋節)로 불리는 명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추석에 송편을 먹듯 중국 사람들은 중추절에 월병(月餠·사진)을 먹습니다. 둥근 보름달 모양으로 빚은 전통 과자입니다. 전통 월병은 밀가루나 보릿가루에 라드(돼지기름)·설탕·달걀을 섞은 반죽으로 피를 만들고, 소금에 절인 오리알 노른자·팥·녹두·견과류·말린 과일 등 다양한 속을 넣어 동그란 틀에 찍어낸 다음 달걀물을 발라 화덕에 굽습니다.

월병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선 중추절에 온 가족이 모여 달빛이 비치는 곳에 제사상을 놓고 제사를 지내고서 월병을 똑같이 잘라 나눠 먹으며 하늘과 조상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런 풍습은 당나라 때 시작돼 송나라 때 성행했으며 원나라를 거쳐 명·청(明淸) 시기 전통문화가 됐어요. 중추절에 집집이 월병을 먹게 된 계기는 여러 설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재미난 전설이 전해옵니다.

원나라 말 한족(漢族)은 자신들을 탄압하던 몽골족을 몰아내고 한족 왕조를 세우고자 했습니다. 훗날 명나라를 세우는 주원장은 몽골의 매서운 감시를 피해 뜻을 모아 거사를 진행할 방법을 찾고 있었어요. 주원장의 책사 유백온이 꾀를 냅니다. 그는 "중추절 월병을 사 먹어야만 올겨울 발생할 돌림병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립니다. 사람들은 앞다퉈 월병을 샀습니다. 집에서 월병을 갈라 보니 속에 '8월 15일 몽골인을 죽이자'는 편지가 들어 있었죠. 이 비밀 서신을 본 한족이 무기를 들고 일어섰고, 결국 원나라를 몰아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후 월병을 중추절에 먹는 전통이 굳어졌다는 야사입니다.

월병은 중추절에 먹는 전통 절식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고급 선물, 심지어 뇌물로 의미가 바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순금을 월병 모양으로 빚은 '황금 월병'이 있습니다. 먹지도 못하는 '보기만 좋은 떡'인데 뇌물로 바치기 좋아 불티나게 팔렸죠.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치와 부패 근절을 위해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주춤해졌지만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샤넬은 자사의 로고와 문양이 새겨진 월병을 내놨습니다. 미국 티파니는 자사를 대표하는 색상인 '티파니 블루'로 된 케이스에 월병을 담았습니다. 하겐다즈는 세계적 아티스트 13명과 협업해 50여 개의 예술 작품을 활용한 '월병 아이스크림'을 선보였습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