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다들 '수상작'이라 말하지만 등급은 모두 다르답니다
입력 : 2019.09.03 03:00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관련 뉴스를 읽다 보면 시기에 따라 꼭 나오는 뉴스가 있어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디자인 회사, 공공기관, 대학교까지 주체는 다양하지만 내용은 모두 같은데요, 바로 디자인 어워드 수상 소식입니다.
흔히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건 독일의 '레드닷(Red Dot)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입니다. 지난달은 IDEA 결과 발표 시즌이라 관련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근데 이런 기사를 읽다 보면 얼마나 좋은 상을 받았는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수상 체계와 애매한 표현 방식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흔히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건 독일의 '레드닷(Red Dot)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입니다. 지난달은 IDEA 결과 발표 시즌이라 관련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근데 이런 기사를 읽다 보면 얼마나 좋은 상을 받았는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수상 체계와 애매한 표현 방식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 ▲ 어떤 상이 최고일까요? 왼쪽부터 최우수상(best of the best), 본상(winner), 가작(honourable mention)입니다. '수상작'이라고만 하면 어떤 상을 받았는지 알기 어렵죠. /레드닷
IDEA는 최종 후보였다는 뜻의 '파이널리스트(finalist)'가 다른 상의 '본상'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그 위로 금·은·동으로 순위를 나누고요.
레드닷과 iF는 그해의 수상작을 모아 일정 기간 전시회를 여는데요. 본상은 물론이고, 가작도 엄연히 수상작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전시에 참여합니다. IDEA는 금·은·동을 박물관에 소장해 전시하지만 파이널리스트는 제외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상을 받진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특징이 뭉개지는 경우가 많아요. iF의 금상과 본상이 '수상'이라는 단어 아래 동일해지고, 레드닷의 최우수상과 IDEA의 파이널리스트가 '세계 3대 어워드 수상작'으로 마치 비슷한 것처럼 알려집니다. 심지어 각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이나 금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본상'을 고루 받았다고 '그랜드슬램 석권'이라고 과장되게 홍보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각 어워드는 추구하는 가치, 심사위원의 성향, 경쟁작의 유무, 출품 시기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아요. IDEA에서 금상을, 레드닷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지만, iF에서는 본상에 그친 경우도 실제 있거든요. 디자인은 달리기처럼 딱 떨어지게 '줄 세우기'가 되지 않는 영역이니까요.
디자인 어워드는 공짜가 아니에요. 출품하려면 돈이 들고, 높은 평가를 받아도 상을 실제로 받으려면 또 돈을 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나 개인보다 대기업이 내놓은 디자인이 각광받기 쉬운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디자인 어워드의 폐해죠. 디자인 어워드 수상이 꼭 '좋은 디자인'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