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바다 사이에 두고 유배된 정약용 형제… 그들이 나눈 편지는 실학을 꽃피웠죠

입력 : 2019.09.03 03:00
'형제, 유배지에서 꿈을 쓰다'
형제, 유배지에서 꿈을 쓰다|우현옥 글|김세현 그림|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토토북|172쪽|1만1000원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려움과 고통을 받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힘든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어요. 우리의 옛 문학 중에는 '유배문학'이라 이름 붙은 것이 있어요. 유배는 죄인을 먼 시골이나 섬으로 보내 일정한 기간 제한된 곳에서만 살게 하던 옛 형벌이에요. 조선 시대 당파 싸움이 치열했던 시기에는 관직에 있던 사람들이 4명에 1명꼴로 유배를 당했어요. 잘잘못을 떠나 정치적인 이유로 억울하게 유배를 떠났던 이도 많았죠.

그렇지만 어떤 분들은 유배지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학문적 업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산 정약용이 대표적이에요. 정약용은 무려 18년 동안이나 유배 생활을 하며 무려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어요. 아동문학가 우현옥 작가가 쓴 '형제, 유배지에서 꿈을 쓰다'는 정약용과 정약전 두 형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사 동화입니다. 형제는 동시에 유배를 가게 되었는데, 형 약전은 지금의 전남 흑산도로, 동생 약용은 전남 강진으로 떠났지요.

정약용에게 정약전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의지가 되어준 형이자, 스승이기도 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서로 유난히도 아끼고 의지했던 이 형제는 이제 각자의 유배지에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형제는 긴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편지로 책과 학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학문을 독려했죠. 작가는 형제의 이런 우애가 결국 조선 후기 실학사상이 꽃피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형제, 유배지에서 꿈을 쓰다'
/토토북
이 책은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마음의 힘듦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만약 열심히 공부했지만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면 마음이 무척 힘들 거예요. 하지만 그 고통이 우리를 더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 계기도 되잖아요? 그러니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겠지요. 이겨낼 용기만 있다면 말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