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 이야기] 고마운 일 떠올릴수록 행복해져… '감사일기'가 대표적
입력 : 2019.08.30 03:09
[긍정의 효과]
불행과 행복을 동시에 느낄 수 없어 행복한 것 떠올려 불행 몰아내죠
불안함 느껴 심장박동 빨라진 사람
즐거움 유발하는 영화 보여주니 심장박동이 금방 평소처럼 돌아와
"생각이 변하면 행동과 습관이 변한다는 말을 실감한다."(학생)
"눈뜨면 짜증이 나기보다 포근한 이불과 베개에 감사하게 됐다."(학생)
"학생에게 감사하며 수업했더니 학생도 감사와 존경으로 보답했다." (교사)
대구 경상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올해 3월부터 석 달간 '감사일기'를 쓰고 느낀 내용입니다. '감사일기'는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사한 마음을 기록하는 겁니다. '감사하며 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실제로 '감사일기'를 쓰면 더 행복해진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감사일기' 쓰면 더 행복
심리학자 로버트 에먼스(Emmons) 연구팀은 2000년 감사일기 쓰기 실험 결과를 발표했어요.
에먼스는 대학에서 건강심리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10주 동안 매주 한 번씩 각자의 감정, 신체 증상, 그리고 건강과 관련된 행동을 기록하게 했어요.
"눈뜨면 짜증이 나기보다 포근한 이불과 베개에 감사하게 됐다."(학생)
"학생에게 감사하며 수업했더니 학생도 감사와 존경으로 보답했다." (교사)
대구 경상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올해 3월부터 석 달간 '감사일기'를 쓰고 느낀 내용입니다. '감사일기'는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사한 마음을 기록하는 겁니다. '감사하며 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실제로 '감사일기'를 쓰면 더 행복해진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감사일기' 쓰면 더 행복
심리학자 로버트 에먼스(Emmons) 연구팀은 2000년 감사일기 쓰기 실험 결과를 발표했어요.
에먼스는 대학에서 건강심리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10주 동안 매주 한 번씩 각자의 감정, 신체 증상, 그리고 건강과 관련된 행동을 기록하게 했어요.
- ▲ /그림=박다솜
그 결과 주간 감사일기를 쓰게 한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다른 두 집단에 비해 현재의 삶에 더 만족했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더 크고 낙관적이었어요. 매일 운동한 시간도 더 많았고 몸도 더 건강하다고 했죠. 이들은 '친구들이 도움을 줬다' '부모님께 고마움을 느낀다'고 썼어요.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남들의 도움과 배려를 다시 돌아보게 된 거죠. 이 실험은 1999년 이뤄졌지만, 따로 소개되지는 않고 있다가 이 논문으로 처음 알려졌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덮어
그런데 감사일기를 쓰는 것과 행복감에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에먼스와 미국 심리학자 마이클 메컬로프(McCullough)가 미국 대학생 15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감사일기 쓰기를 하면 긍정 정서를 느끼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긍정 정서는 부정적인 정서를 상쇄하는 기능이 있다고 해요.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Fredrickson)은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긍정적인 감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어요. 행복을 느끼면서 동시에 화를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걸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프레드릭슨은 1998년 레빈슨(Levinson)과 함께 미국 버클리대에 다니는 학생 60명에게 83초 길이의 영상을 보여줬어요. 고층 난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등장하는 영상을 포함해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영상이었죠. 이런 영상을 본 학생들은 불안감을 느끼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갔어요.
그 후 불안감에 빠진 학생들에게 각각 100초 길이로 된 네 가지 영상 중 하나를 보게 했어요. A그룹은 즐거움을 유발하는 영화를, B그룹은 편안함이 드는 영화를, C그룹은 슬픈 감정을 유발하는 영화를, 그리고 D그룹은 별다른 감정을 유도하지 않는 영화를 보여주고, 각각의 그룹이 심장박동 수 및 혈압 관련 측정치가 평소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죠.
그러자 즐거운 영화를 본 그룹과 편안한 영화를 본 그룹이 나머지 두 그룹보다 훨씬 빨리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불안한 영상을 본 데 이어 슬픈 영화까지 본 C그룹이 회복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답니다.
이 실험이 알려주는 건 뭘까요? 불안,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일단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앞서 느낀 부정적인 감정의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감사한 일 떠올릴수록 더 행복
심리학자들은 즐거움과 행복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낄수록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는 탄력성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회복력이 높아지면 다시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돕죠. 궁극적으로 행복감이 커지는 겁니다. 감사한 일을 많이 떠올릴수록 더 건강하고 행복감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감사일기'인 것이고요.
여러분도 하루에 적어도 세 가지씩 그날 느꼈던 고마웠던 일을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꼭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좋고 아주 자세하게 적지 않아도 괜찮아요. 물론 억지로 감사할 거리를 생각해 내려는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살아 있는 하루하루에 대한 감사나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베풀어주는 수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면 충분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