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천연 수경' 쓰고 10m 아래까지 잠수해 물고기 낚아채죠

입력 : 2019.08.30 03:05

민물가마우지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1989년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라 나오키(小室直樹)가 주장한 '가마우지 경제'가 화제였습니다. 한국이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일본이 이득을 본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가마우지라는 새의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게 한 뒤 가마우지가 사냥한 물고기를 어민이 가로채는 중국과 일본의 물고기잡이 방법에 빗댄 것이죠. 가마우지 중에서도 '민물가마우지'를 많이 활용한답니다.

민물가마우지는 하천, 하구, 호수나 얕은 연안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큰 강이나 호수에 있는 섬에서 무리지어 번식합니다. 갯벌이나 바닷가에도 서식하지만, 민물에서도 살아 '민물가마우지'라는 이름을 붙여 바다에만 사는 일반 가마우지와 구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와 서해 앞바다로 겨울에 오는 철새였는데 최근에는 텃새화되어 전국에서 볼 수 있어요.
민물가마우지는 잠수해서 물고기를 낚아채서는 물 위로 올라와 한입에 삼켜 먹습니다.
민물가마우지는 잠수해서 물고기를 낚아채서는 물 위로 올라와 한입에 삼켜 먹습니다. /연합뉴스

민물가마우지는 수심 10m까지도 무리 없이 잠수할 수 있지만, 평소에는 이보다 얕은 수심에서 물고기를 사냥합니다. 부리가 날카롭고 끝이 갈고리 모양이라 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도 쉽게 낚아챕니다. 길쭉한 목을 자유자재로 늘이고 줄이며 물고기를 정확하게 노리는 사냥꾼입니다. 물속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눈에는 투명막이 있어요. 굵고 짧은 다리는 힘이 세서 물갈퀴로 물을 힘차게 저어 헤엄도 잘 칩니다. 붕어, 잉어, 누치, 은어, 피라미 등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요. 민물가마우지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물고기는 약 200~400g입니다. 물고기를 삼키는 건 물 밖에 나와서 합니다. 대가리부터 통째로 삼키고 강력한 소화액으로 녹여 소화시킵니다.

그런데 오리나 거위와는 달리 유선(기름샘)이 발달하지 않아 깃털에 기름기가 없어 사냥을 하고 나면 젖은 날개를 활짝 펴고 볕에 말려야 합니다.

나무 위에 나뭇가지로 접시 모양 둥지를 만들고 이른 봄에 알 3~5개를 낳는데 한 달이 지나면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옵니다. 새끼는 약 45일 동안 어미가 토해낸 먹이를 받아먹으며 자라요. 이후 독립해서 새로운 무리 집단에 들어가 각자 사냥하며 삽니다.

민물가마우지 수는 한동안 많이 줄어들었다가 강과 호수의 수질이 나아지고 물고기도 늘어나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어요.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1999년 269마리였던 민물가마우지는 2015년 약 9000마리로 30배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은 독한 산성이라 서식지 나무가 말라죽기도 하고, 어민들이 양식하는 물고기를 잡아먹어 어획량을 줄이기도 해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