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미국은 부동산 투자 귀재… 영토 40%가 돈 주고 산 땅

입력 : 2019.08.28 03:00 | 수정 : 2019.08.28 14:08

[미국의 영토 구매]
1803년 전쟁 자금 필요했던 프랑스에 루이지애나 땅 사서 영토 두배로 불려
1㎢당 단돈 5달러에 알래스카 매입… 국민들 '냉장고 샀다'며 비웃었지만 이후 천연자원 매립 사실 밝혀졌어요
최근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 땅 주인 덴마크는 팔 수 없다며 일축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땅인 그린란드(약 217만㎢)를 사들여 미국 영토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어요. 그러자 지난 18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는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죠.

그린란드는 북극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에요. 석유, 천연가스,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어요. 유럽과 북미 대륙 중간에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이기도 하죠.

사실 미국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덴마크에 1억달러를 내고 그린란드를 사들이려 했었거든요.

미국 영토 약 40%가 돈 주고 산 땅

미국은 세계에서 셋째로 넓은 국토(약 983만㎢)를 가진 국가입니다. 하지만 처음 영국에서 독립했을 땐 고작 동부 13개 주에 불과했어요. 이후 무수한 전쟁과 영토 구입으로 지금의 광대한 영토를 확보했지요. 지금 미국 영토의 약 38%(374만㎢)가 돈으로 사들인 땅이랍니다.

미국이 사들인 영토
미국은 19세기 들어 서부 개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구매'에 나섭니다. 먼저 1803년 나폴레옹에게 1500만달러를 주고 프랑스령 루이지애나(214만㎢)를 사들였어요. 당시 프랑스는 나폴레옹이 유럽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느라 한 푼이 아쉬울 때였거든요.

루이지애나는 '루이의 땅'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 14세를 기리는 이름입니다. 지금 미국 남부에 있는 루이지애나주(약 13.5만㎢)뿐만 아니라, 미네소타·미주리·아칸소·캔자스·오클라호마·네브래스카·몬태나주 등이 포함된 거대한 땅덩어리였죠. 이때 미국 영토는 당시 기준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났어요.

미국은 계속해서 서쪽과 남쪽으로 팽창했습니다. 무력으로 멕시코를 제압하고 텍사스를 합병하고, 뉴멕시코와 캘리포니아도 집어삼켰어요. 이 과정에서 1853년 지금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주 남부를 멕시코에 1000만달러를 주고 사들입니다. 남한 크기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면적(8만㎢)이었죠. 당시 주멕시코 미국 대사의 이름을 따 '개즈던 매입(Gadsden Purchase)'이라고 부릅니다.

'1㎢당 단돈 5달러'에 알래스카 매입

미국은 1867년 러시아로부터 북아메리카 북서쪽 끝에 붙어 있는 알래스카(152만㎢)를 단돈 720만달러에 사들입니다. 1㎢당 5달러도 안 되는 헐값이었죠. 알래스카는 러시아가 18세기에 정복했던 땅이었는데, 크림전쟁으로 재정이 어려워 미국에 팔아넘긴 겁니다.

윌리엄 수어드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선견지명을 갖고 알래스카 매입을 주도했어요. 동시대 미국인들이 알래스카를 가리켜 '수어드가 사들인 냉장고'라고 비웃어도, 그는 "알래스카의 가치를 발견하려면 한 세대가 지나야 한다"고 버텼습니다. 이후 알래스카에 금,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이 엄청나게 묻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요.

이미 덴마크에서 땅 사들였던 미국

미국은 덴마크에서도 땅을 사들인 전례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죠. 미국은 1917년 2500만달러를 들여 덴마크령 서인도 제도에 있던 50여개 섬(346㎢)을 사들입니다. 혹시라도 유럽 국가가 북미 대륙을 급습할 경우 이곳이 근거지가 될 거라 생각해 1867년부터 꾸준히 덴마크를 설득한 결과였어요.

하지만 덴마크가 그린란드도 팔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덴마크 총리가 트럼프의 제안을 거절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로 예정됐던 덴마크 방문을 연기해버렸어요.


[땅 85%가 얼음인데 그린란드? 이주민 불러 모으려고 지은 이름]

그린란드(Greenland)는 전체 면적 85% 이상이 얼음으로 덮여 있어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2%도 안 됩니다. 그런데도 이름은 '녹색의 땅'이죠. 이 이름은 10세기 그린란드로 이주한 바이킹족 '붉은 털 에이리크'가 붙였습니다. 그는 그린란드섬 남쪽에 정착한 뒤 새로운 이주민들을 불러 모으겠다면서 이곳이 '농사짓기 좋고 살기 좋다'고 홍보하려고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그린란드 원주민들은 이 섬을 '칼라알릿 누낫(Kalaallit Nunaat)'이라고 부릅니다. '칼라알릿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이죠. 이들은 그린란드 서부를 근거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윤서원 서울 성남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