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판정 정확도 93%→98.8%로 끌어올린 심판의 든든한 조수

입력 : 2019.08.27 03:05

축구의 VAR(비디오 보조 심판)

지난 20일 세계태권도연맹은 내년 도쿄올림픽부터 360도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어요. 경기장 전체를 둘러싼 카메라 100여대로 경기 장면을 촬영해 마치 영화 장면처럼 360도로 화면을 돌려 보면서 득점 상황을 파악할 거라네요. 5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대회에서 시범 실시를 했는데 효과가 좋았어요.

잘못된 판정으로 시비가 잦아지면서 비디오 판독이 스포츠계에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어요. 비디오 판독은 이제 야구, 축구, 농구, 테니스, 미식축구 등 대부분 인기 종목에서 널리 쓰이고 있어요.
지난 17일 벌어진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전광판에 ‘페널티킥을 줄지 판독이 이뤄지고 있다’는 문구가 떠 있습니다. 축구는 ‘비디오 보조 심판(VAR)’을 도입하면서 세 경기에 하나꼴이었던 주요 오심이 스무 경기에 하나꼴로 줄었습니다.
지난 17일 벌어진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전광판에 ‘페널티킥을 줄지 판독이 이뤄지고 있다’는 문구가 떠 있습니다. 축구는 ‘비디오 보조 심판(VAR)’을 도입하면서 세 경기에 하나꼴이었던 주요 오심이 스무 경기에 하나꼴로 줄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표적인 사례가 축구의 '비디오 보조 심판(video assistant referee·VAR)'입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시작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한국 K리그,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이 잇따라 도입했어요. 국제축구연맹(FIFA)은 VAR을 경기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골' '페널티킥' '선수 퇴장(레드 카드)' '반칙한 선수 확인' 등에만 쓰고 있어요.

사실 VAR 도입을 두고 축구계에서는 찬반 논란이 컸어요. '심판의 판단력을 무시한다' '심판의 권위를 떨어트린다' '경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지적이 나왔죠.

하지만 2018년 베르너 헬센(Helsen) 벨기에 루벤대 교수가 VAR을 도입한 프로 경기 약 1000게임을 분석해보니 '판정의 정확도가 93.0%에서 98.8%로 5.8%포인트 올라갔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또 '페널티킥 오심'처럼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실수가 발생하는 빈도도 VAR 도입 이후 3경기당 1회에서 19경기당 1회로 크게 줄어 들었어요. 영상 판독에 걸리는 시간도 경기당 55초 수준이라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이 없었어요.

카메라는 전후좌우, 상하 등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지만 심판은 사람 눈높이의 한정된 정면만 볼 수 있어요. VAR은 심판이 놓친 경기 장면을 확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선수에게 가려서, 혹은 심판이 다른 곳을 보고 있어서 판정하기 어려울 때 VAR이 도움이 됩니다.

VAR은 정확한 판정을 가능하게 해줄 뿐 아니라 승부 조작을 막는 역할도 합니다. 심판이 특정 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지니까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VAR이 축구를 더 투명하고 정직한 스포츠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어요. 아직 VAR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점차 보완될 거예요.

그럼에도 최종 판단과 결정은 현장 심판의 몫입니다. VAR은 점점 더 빨라지고 복잡해지는 축구 경기에서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내리는 보조 역할을 하는 거고요. 심판은 명탐정 셜록 홈스, VAR은 그의 충실한 조수 왓슨인 셈이죠.


최의창·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