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땀은 '인체정보의 보고'… 배출량 분석해 우울증도 진단

입력 : 2019.08.22 03:00

[땀의 비밀]
땀으로 탈수 여부와 혈당 체크하고 포함된 DNA로 범인 잡기도 해요

여름철엔 다들 온 얼굴과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돌아다니기 일쑤지요. 닦고 또 닦아도 쉬이 멈추지 않은 땀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지 않나요? 이런 땀이 나는 이유는 우리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죠. 그런데 이런 땀들이 우리 몸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땀 냄새는 어디서 올까

'땀 냄새'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납니다. 사람 몸에는 에크린 땀샘과 아포크린 땀샘이 있어요. 먼저 에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은 물같이 맑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요. 그런데 마늘같이 냄새가 강한 음식물을 먹거나 술·담배 등으로 냄새 성분이 몸에 쌓이면 땀을 통해 이런 노폐물이 나오면서 악취가 생깁니다. 다만 이는 노폐물 자체의 냄새와 세균이 노폐물을 분해하면서 나는 냄새이지 땀 자체에서 나는 냄새는 아니에요.

[재미있는 과학] 땀은 '인체정보의 보고'… 배출량 분석해 우울증도 진단
/그래픽=안병현
반면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은 그 자체로 냄새가 납니다. 여기서 나오는 땀에는 지방 성분이 포함돼 있어요. 피부에 있는 세균이 지방을 분해하면서 쿰쿰한 악취를 만들죠. 아포크린 땀샘은 '겨드랑이'에 주로 분포해요. 사춘기 때 아포크린 땀샘이 발달하면서 더 강한 땀 냄새를 풍기게 됩니다.

◇주인이 누군지 알려주는 '땀'

땀에는 피부나 손발톱, 털의 표면을 이루는 '상피세포' 조각도 섞여 있어요. 상피세포는 계속 분열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가장 바깥층 세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떨어져 나와요. 이렇게 떨어져 나온 세포들이 피부로 나온 땀과 섞이게 됩니다.

상피세포에는 우리 몸의 DNA가 들어 있어 땀으로도 DNA 분석이 가능합니다. 땀을 뚝뚝 흘릴 때 우리 DNA도 함께 뚝뚝 떨어지는 거예요. 실제로 범죄 현장에 남은 땀을 분석해 범인을 잡는 경우도 많아요. 정확히는 땀 속의 상피세포를 분석해서죠.

DNA뿐 아니라 '땀 냄새'로 사람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존 드러리 영국 서식스대 교수팀은 A대학 학생 40여명에게 땀 냄새를 풀풀 풍기는 A대학과 B대학 티셔츠 냄새를 맡게 하고 어느 쪽이 더 역겨운지, 또는 어느 쪽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지 물었어요. 그 결과 '자기편'인 같은 학교 학생의 땀 냄새를 더 친근하고 깨끗하게 느꼈다고 해요.

연구팀은 이렇게 자기편의 땀 냄새를 편히 여기게 되면서 인간의 협동이 가능해졌다고 밝혔어요.

◇땀 성분으로 우울증까지 알아낸다?

최근에는 땀에 섞인 성분으로 몸 상태를 알아낼 수 있는 기계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어요. 땀은 혈액이 걸러진 결과물이에요. 바꿔 말하면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성분 일부가 땀에도 남아 있다는 얘기죠.

예를 들어 땀 속에 들어 있는 이온 농도로 몸속에 전해질이 충분한지 부족한지, 몸이 탈수 상태인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어요. 윤명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와 주상현 경기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이 땀에 포함된 이온양을 토대로 실시간으로 탈수 여부를 알려주는 웨어러블 센서를 개발했어요. 실처럼 가느다랗기 때문에 팔찌처럼 간편하게 차고 다닐 수 있어요.

땀에는 이온뿐만 아니라 포도당이나 젖산도 들어 있어요. 너무 과도한 운동을 하거나 당뇨병이 있을 경우 몸속의 젖산이나 포도당 수치가 변하는데, 그런 변화가 땀에도 반영돼요. 최정일 국민대 교수팀은 이 점에 착안해 이온과 혈당 등 여러 가지 지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스티커형 센서를 개발했어요. 주사기로 피를 뽑지 않고도 혈액 검사를 하는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답니다.

심지어 '우울증'을 알려 주는 땀 센서도 있어요. 우울증 환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이때 다른 사람들보다 땀이 적게 나는 특징이 있어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팀은 이 점을 바탕으로 피부에서 나는 땀의 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했어요. 3개월간 관찰한 결과 실제로 우울증 환자를 감별할 수 있었다고 해요. 이제 땀만으로 우울증 진단을 더 쉽게 내릴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지요.


[운동으로 땀 흘리면 중금속 배출… 더워서 흘린 땀보다 값지대요]

더워서 흘린 땀과 운동을 열심히 해서 흘리는 땀은 그 속에 포함된 노폐물 분량이 달라요. 운동을 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 콜레스테롤, 젖산이 들어있는 땀이 나와요. 중금속도 땀 속에 섞여 함께 배출되고요.

모두 단순히 더워서 흘린 땀에는 없는 성분이에요. 콜레스테롤과 중금속은 건강을 해치는 물질이고, 젖산은 몸에 쌓일 경우 근육을 피로하게 만들지요. 운동하면서 이런 물질이 배출되면 몸이 개운해지는 게 그래서예요. 반면 사우나에서 땀을 빼면 거의 수분만 흘러나옵니다. 운동으로 흘린 땀이 사우나에서 앉아서 흘린 땀보다 훨씬 값진 셈이죠.

매운 음식을 먹다가 땀을 뻘뻘 흘리는 경우도 많은데 몸이 착각을 해서 벌어지는 현상이에요. 입안에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 들어오면, 사람 몸은 캡사이신 성분이 '뜨겁다'고 인식해 그걸 식히기 위해 주로 얼굴 위주로 땀을 흘리게 됩니다.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