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구겐하임 미술관이 대표작… 유네스코에 건축물 8채 등재됐죠

입력 : 2019.08.20 03:00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지난달 유네스코가 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 8채를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습니다. 흔치 않은 일인데요, 바로 미국이 자랑하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사진)가 설계한 건물들입니다. 뉴욕의 명물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을 건축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라이트가 활동을 시작한 19세기 말까지 미국 건축은 유럽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어요. 라이트는 미국적 특징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광활한 대지와 자연에 주목했죠. 그래서 나온 것이 '대초원(Prairie) 양식'입니다. 미국 중부 대초원의 지평선에서 영감을 얻어 낮고 수평적으로 디자인했죠.

라이트의 작품은 당시 유행하던 고층 건물들과 달리 보는 이의 마음에 편안함을 줬어요. 미국의 독자적 건축에 대한 라이트의 고민은 이후 미국 중산층을 위한 '유소니언(Usonian) 주택'에서 큰 성취를 거둡니다.

라이트는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 자연과 있는 그대로 공존하는 동양적인 건축 문화에도 큰 영향을 받았어요. 그래서 자연, 사람, 건축물이 서로 물 흐르듯 엮이는 '유기적 건축'을 목표로 삼았죠. 대표적인 예가 '낙수장(Fallingwater)'입니다.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8채 중 하나죠.

낙수장은 기존에 있던 폭포 위에 집을 지어 올린 형태입니다. 집과 폭포가 분리되지 않고 긴밀히 연결되어 자연과 삶의 장소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죠. 건축주는 이 집이 '작품'이라며 국가에 기부했고, 1964년부터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진1~3
①계단 없이 나선형 경사로로 이뤄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내부. ②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외부. ③낙수장(Falling water). /구겐하임재단·WPC
낙수장과 함께 라이트의 대표작이자 만년의 걸작으로 꼽히는 건축물이 바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입니다. 이 건물은 나선이 돌돌 말리며 위로 갈수록 조금씩 커지는 외관이 마치 머리가 큰 달팽이를 연상시킵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 주변의 네모 반듯한 빌딩 사이에서 홀로 60년을 버틴 풍경은 명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파격적인 외관에 이어 내부는 한술 더 떴습니다. '거대한 전시 공간이 층별로 나뉘어 있다'는 미술관의 상식에 도전했거든요. 이 미술관에는 거대한 전시실도, 층도, 계단도 없어요. 햇볕이 들어오는 중앙 천장을 중심으로 거대한 나선형 경사로로만 이뤄져 있어요. 사람들은 6층 꼭대기로 올라가서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벽면에 전시된 작품을 관람하게 됩니다.

개장할 당시만 해도 예술 작품은 사각 반듯한 공간에서 봐야 한다고 믿었던 예술 작가들이 반발하기도 했죠. 그렇지만 이제는 작가들도 미술관의 독창성을 존중하면서 나선형 전시에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새로운 전시를 기획할 때면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여전히 골머리를 앓는다고 합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