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고양이보다 크고, 귀 둥글어… 6·25 이후 쥐약 살포로 멸종위기

입력 : 2019.08.16 03:00



지난달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이 멸종 위기종 삵이 먹이를 사냥하는 영상을 촬영해 공개했습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삵의 흔적만 발견됐는데, 공원은 지난 4월부터 무인 카메라 10대를 설치해 실제로 삵이 사는 모습을 포착했죠.

흔히 살쾡이라고도 부르는 삵은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살았던 고양잇과 동물입니다. 이제 우리 야생에서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는 멸종돼 찾아볼 수 없지만, 삵은 멸종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살아남았어요.

삵은 이마에 두 줄로 난 흰색과 흑갈색 털이 특징입니다
삵은 이마에 두 줄로 난 흰색과 흑갈색 털이 특징입니다. 고양이와 닮았지만 덩치가 조금 더 커요. /국립생물자연관
삵은 고양이와 닮았지만 고양이보다 몸집이 조금 더 큽니다. 몸길이는 크게는 80㎝가량으로 자라고, 꼬리 길이는 44㎝에 달해요. 털 색깔은 전체적으로 회갈색 바탕에 얼룩덜룩한 암갈색 반점이 있어요. 귀는 작고 둥글어요.

고양이와 구별되는 특징은 이마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난 암갈색 줄무늬, 코의 양옆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난 두 흰색 줄무늬입니다. 특히 귓바퀴 뒤쪽에 검은색 바탕에 흰색 반점이 있으면 고양이가 아니라 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삵은 주로 한국, 중국 북동부, 일본 대마도, 러시아 남동부에서 삽니다. 우리나라는 전국 산림에서 삵의 발자국이나 배설물 같은 서식 흔적이 확인되지만, 실제로 발견되는 일은 흔치 않아요. 삵은 경계심이 강하고, 주로 어두운 시간대에 나무나 풀 속에 숨어서 활동하기 때문에 관찰하기 어렵거든요.

삵은 점프력이 뛰어나고 나무를 잘 타며,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회전하면서 중심을 잡아 착지할 수 있을 만큼 몸이 유연해요. 삵은 쥐, 멧토끼, 다람쥐, 새, 뱀, 곤충, 물고기 등을 사냥해 먹는 최상위 포식자예요. 삵은 동공 크기를 조절하고, 망막 뒤 거울 같은 막에서 빛을 반사해 어두운 밤에도 사냥감을 잘 포착합니다.

그래서 어두운 밤에 먹잇감까지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여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하여 일격을 가할 수 있는 거예요. 삵은 먹잇감이 출현하는 장소에서 매복하거나 먹잇감을 발견하면 은밀하게 접근합니다.

삵은 자기 영역을 오줌이나 똥으로 표시합니다. '내 행동권이니 들어오지 말라'고 다른 삵에게 알리는 것이죠. 고양이와 달리 오줌·똥을 땅에 묻지 않는 이유입니다. 다만 새끼를 낳은 암컷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배설물을 땅에 묻기도 합니다.

삵은 한때 우리 산간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6·25전쟁 이후 쥐를 잡겠다며 강한 약을 마구 쓴 결과 쥐를 잡아먹던 삵도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어요.

또 개발이 이뤄지면서 산림이 줄어들고 도로 건설 등으로 서식지가 분단돼 교통사고로 죽기도 합니다. 환경부는 삵을 멸종 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