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줄다리기 혼자할땐 100% 쓰던 힘, 8명 같이하니 50%만 써

입력 : 2019.08.16 03:00

[링겔만 효과]
구성원 수 많을수록 개인 노력 적어져
각자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수없으니 혼자 애쓰면 손해 보는 기분들기 때문
'사회적 태만'이라고도 불러요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지요.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서로 힘을 합치면 더 수월해진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우스갯소리로 '백지장은 맞들면 찢어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번에 소개하는 심리학 실험 결과를 보면 '백지장조차 맞들면 게으름을 피운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팀 과제'를 하며 자주 느끼는 일이기도 합니다. 팀원들이 모두 같은 점수를 받는 경우, 노력은 안 하고 점수만 받아가는 사람이 생기곤 하니까요. 여러 명이 작업하니까 '나 하나쯤…' 하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거죠. 100년도 전에 이걸 증명한 실험이 있었답니다.

혼자 할 땐 전력투구, 같이할 땐 대충

1913년 프랑스 농업 엔지니어 막시밀리앙 링겔만(Ringelmann·1861~1931)은 '줄다리기' 실험을 했어요. 혼자서 10㎏을 당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할게요. 그렇다면 4명은 40㎏, 8명은 80㎏을 당길 수 있겠죠. 실제로 그런지 실험해본 겁니다.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줄다리기 혼자할땐 100% 쓰던 힘, 8명 같이하니 50%만 써
/그림=박다솜
실험 결과 2명이 줄을 당기자 18.6㎏만 당겼어요. 각자 93%(9.3㎏)의 힘만 발휘한 겁니다. 3명이 줄을 당기자 각자 85% 힘만 발휘했고, 8명이 되자 49% 힘만 썼어요. 8명이 80㎏이 아니라 40㎏ 정도만 당긴 거죠. 즉 1 더하기 1이 반드시 2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8명이 고작 4인분 몫을 한 거니까요.

이처럼 집단 작업을 할 때 구성원 수가 많아질수록 한 개인이 집단 성과에 공헌하는 정도는 작아지는 현상을 '링겔만 효과'라고 부릅니다.

링겔만 효과는 각자 얼마나 힘을 썼는지 드러나지 않을 때 더 심각해져요. 누가 줄을 얼마나 세게 당기는지 확인이 어려우니 다들 '나 하나쯤이야' 하고 대충대충 하는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사회적 태만'이라고도 부릅니다.

농업 엔지니어가 이런 실험을 했다니 신기하죠? 링겔만은 사실 독일 산업심리학자 발터 뫼데(Moede) 아래서 공부를 했었거든요. 링겔만의 실험이 널리 알려진 것도 실험 직후가 아닌 1927년 지도교수였던 뫼데를 통해서였어요.

무임승차를 부르는 심리

링겔만 효과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맨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집단 작업을 하면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이에요. 여럿이서 일하니까 설령 결과가 나빠도 나만 책임을 지는 일은 없습니다. 각자가 얼마나 이바지했는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과제에서 이런 사회적 태만이 더 많이 일어나지요. 노력을 덜 해도 과제 수행에 따른 성과를 동등하게 받을 수 있으니 굳이 애써 노력하지 않는 무임승차자가 생기는 겁니다.

나 혼자만 힘들게 애쓰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남들 하는 만큼만 하자'는 마음이 드는 것도 링겔만 효과를 부르는 한 원인입니다. 소위 '호구'가 되기 싫은 마음에 적당히 협력 과제를 하게 되는 겁니다.

'팀플레이' 정신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폴란드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진 논문(체즈 등, 2016)에 따르면 평소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 활동을 했던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회적 태만'이 적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공동체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경로로 몸에 익힌 사람들이라, 스포츠가 아닌 다른 과제를 협업할 때도 게으름을 덜 피운다는 거죠. 즉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팀플레이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링겔만 효과를 만든다는 겁니다.

모두 열심히 참여하려면

어떻게 하면 링겔만 효과를 줄일 수 있을까요? 집단 작업을 할 때 개인의 기여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분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게 직접적인 해결책입니다. 각 개인이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게 하는 겁니다. 기업에서 말하는 '성과연봉제'가 이런 것이죠.

또 팀 작업을 할 때는 구성원 수가 늘어날수록 각 개인의 책임감도 줄어들다 보니 팀원 숫자를 될 수 있으면 줄이는 것이 좋아요. 물론 그 정도 인원으로 할 수 있는 분량의 과제를 맡겨야겠지만요. 또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보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이 집단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잘 알겠지요. 요즘 식당 예약을 하고 아무 연락 없이 안 가버리는 노쇼(no show) 문제 때문에 상인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해요. 유명한 식당이고 손님이 늘 많으니까 나 하나쯤 '노쇼'해도 괜찮을 거야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그 결과가 누군가에게는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어요. 우리 스스로 맡은 책임을 다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