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01] '붇다'와 '불어나다'

입력 : 2019.08.15 03:03
* 국수가 불기 전에 얼른 먹어라.

* 물을 부은 지 오래되었는지 컵라면이 많이 불었다.

위 예문의 밑줄 친 낱말에서 틀린 표현은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틀린 것이 없다고 답할 것 같아요. 틀린 말은 '불기'입니다. '붇기'라고 써야 맞습니다. 흔히 '라면이 불다'라고 우리가 말하지만, '라면이 붇다'라고 해야 옳다니 놀랍죠. 우리말 퀴즈에서도 틀리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불기'와 '불었다'는 모두 같은 단어 '붇다'에서 나왔습니다. '붇다'는 첫째,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콩이 붇다'와 같이 씁니다. 둘째,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개울물이 붇다'와 같이 씁니다. 셋째, '살이 찌다'는 의미로 '건강이 회복돼 살이 붇다'같이 씁니다.

그런데 처음 예시에서처럼 '붇기' '불었다'로 형태가 다르게 쓰이는 이유는 뭘까요. '붇다'는 '붇' 뒤에 모음 어미가 오면 '불'로 바뀌고, 자음 어미가 오면 그대로 '붇' 형태를 유지하는 불규칙동사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라면이 불어서, 라면이 불으니, 라면이 불었다'와 같이 모음 어미가 붙을 때는 'ㄷ'이 'ㄹ'로 바뀐 것이지요. 이와 비슷하게 불규칙하게 바뀌는 낱말로 '싣다'가 있어요. '짐을 싣고 가거라' '짐을 싣기 시작했다' '짐을 실으면 출발해라' '짐을 실으니 빈자리가 없다'와 같이 씁니다.

어떤 사람들은 수량 따위가 본디보다 커지거나 많아지다는 뜻의 '불어나다'를 떠올리면서 '불다'라고 적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잘못이에요. '불어나다'의 으뜸꼴은 앞에서 설명한 '붇다'입니다. '불다'는 '바람이 일어나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다' '~을 불다'는 뜻만 있지 양이 많아진다는 뜻은 없어요.

〈예시〉

―짬뽕이 붇기 전에 먹어야 더 맛있어요.

―채소 값이 두 배로 붇자, 고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체중이 지금보다 더 붇지 않도록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북어포가 쌀뜨물에 불어서 한결 부드러워졌다.

―몸이 갑자기 불어나면 관절도 약해질 수 있고,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이 생기기 쉽다.

―폐교 직전의 시골 학교가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소문이 나면서 학생 수가 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류덕엽·서울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