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경일의 심리학 한 토막] 잠 부족하면 뇌·신경 연결 약해져 어이없는 실수 한대요
잠과 실수
예리한 지적입니다. 열심히 살고 부지런히 일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근면 성실이 '선(善)'입니다. 그 반대인 게으름은 악(惡)이죠. 오죽하면 악당을 불한당(不汗黨)이라고 하겠습니까. '땀 안 흘리고(不汗) 먹고사는 패거리(黨)'라는 뜻이죠.
물론 근면과 성실은 참 좋은 가치입니다. 그렇다 보니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워하니 문제죠. 부지런한 것과 가장 거리가 먼 상태가 잠을 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죽하면 한국에서는 남을 이렇게 나무랍니다. "너 지금 잠이 오냐?" 수십 년 동안 고3 수험생에게 농반진반으로 하는 말도 '사당오락(四當五落)'입니다. 하루에 4시간 자며 공부하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속설입니다.
- ▲ 잠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거나 평소 억눌러 왔던 나쁜 습관이 무심코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지금 잠이 오냐'고 말할까요. 일 처리를 바보같이 하거나 시험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문제를 틀린 사람을 질타할 때 씁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요.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이불킥'을 할 실수를 많이 할까요?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그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자율신경계와 전두엽의 연결성이 떨어져 부적절한 행동이 제어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제대로 못 잔 사람들은 나쁜 습관을 제어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는 상황에서 코를 후빌 수도 있고, 취업이 걸린 면접 장소에서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꼬거나 턱을 괴게 됩니다.
시험을 보다가 답안을 잘 작성해 놓고는 시험 끝나기 직전에 틀린 답으로 고쳐서 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래놓고 나중에 채점할 때 망연자실해지죠. 이것도 잠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잠을 줄이며 공부했고, 남아 있는 집중력을 모두 발휘해 시험문제를 풀었는데 시험 막바지로 갈수록 자제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또 잠을 자면서 뇌에 기억이 통합·저장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판단력, 자제력, 창의력이 평소만 못해진다는 연구도 많고요.
2017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 평균 수면시간(7시간 41분)이 조사 대상이었던 18개 국가 중 가장 짧았습니다. OECD 평균은 8시간 22분이었죠. 한국 직장인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6분에 그쳤고요. 중요한 회의나 발표 혹은 시험 전날 충분히 자는 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