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쇠똥구리부터 토끼·코알라까지… 이 동물들이 똥을 먹는 이유는?

입력 : 2019.08.13 03:07
우린 모두 똥을 먹어요

우린 모두 똥을 먹어요

박재용 지음|오승만 그림|해나무|1만2000원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을 떠올리라고 하면, 십중팔구 '똥'을 말할 거예요. 공용화장실에 갔는데 변기 커버를 열었다가 그 안에 들어 있는 누군가의 똥을 본다면 그날은 정말 기분이 나쁠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는 똥을 보면 입맛을 다시고, 누군가는 알뜰하게 똥을 모아 자식들을 키워내요. 눈살 찌푸릴 일이 아니에요.

똥을 둥글게 빚어 굴리며 가는 쇠똥구리. 똥을 먹는 대표적인 이름인데요, 그 쇠똥구리가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으로 추앙을 받았다는 것을 아세요? 초식동물의 똥만 편식한다는 건요? 쇠똥구리는 똥을 먹으며 아이를 키우고, 초식동물들이 싸는 똥으로 초원이 뒤덮이지 않도록 부지런히 청소하는 역할을 해요.

쇠똥구리는 왜 똥을 먹을까요? 그 안에 쇠똥구리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잔뜩 들어 있었기 때문이죠. 쇠똥구리의 먼 선조는 초식공룡 똥을 먹으며 지금처럼 진화했을 거라고 추정됩니다.

우린 모두 똥을 먹어요 책 속 일러스트

'똥 먹는 존재는 다 못생기고 더러워, 똥파리도 그렇잖아'라고 생각하시나요. 귀여운 코알라와 토끼의 이야기도 들어보시죠. 토끼는 자기가 갓 싼 따끈따끈한 똥을 먹는다고 합니다. 소장과 대장의 길이가 짧아 채 소화되지 않은 풀을 다시 소화시키기 위해서 먹는다고 해요. 코알라가 먹는 것은 엄마의 똥입니다. 코알라의 먹이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인데, 이 잎에는 독성과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요. 그 나뭇잎을 분해해주는 것은 코알라의 맹장에 사는 세균인데, 새끼 코알라는 아직 그 세균이 없어요. 엄마의 똥은 소화하기 쉽게 잘 씹은 유칼립투스 나뭇잎과 소화를 돕는 세균을 함께 포장한 도시락인 셈이에요.

똥을 먹는 건 몇몇 동물과 곤충만 하는 것일까요? 조금만 더 넓게 본다면, 식물을 빼놓을 수 없어요. 온갖 식물들은 지렁이의 똥을 먹고 자랍니다. 그리고 사람과 초식동물은 그 식물을 먹고, 그 동물을 또 사람과 육식동물이 먹죠. 다시 말해, 우리는 모두 똥을 먹어요. 바로 이 책의 제목 그대로요.


박사·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