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투수가 서는 10인치 높이 언덕… 높을수록 공 내리꽂혀 투수에 유리

입력 : 2019.08.13 03:05

마운드

미국 프로야구(MLB)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는 류현진의 평균자책점(ERA)은 1.53이에요. 한 경기 내내 던졌다고 가정할 때 9회 동안 1.5점만 내줬다는 뜻입니다. 이번 시즌 전체 MLB 투수 중 가장 낮은 수치일 뿐 아니라,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1969년 MLB가 마운드 높이를 10인치(25.4㎝)로 낮춘 이래 '역대 1위'가 될 전망입니다.

마운드는 투수가 야구장에서 투구할 때 밟고 올라서는,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은 곳을 뜻해요. 언덕(mound)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운드가 높을수록 투수가, 낮을수록 타자가 유리합니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 소속 에두아르도 페레스 해설위원은 "타자들은 공 빠르기보다도 높은 곳에서 공이 내리꽂히는 각도에 더 부담감을 느낀다"고 했어요. MLB 구단들은 키 큰 투수를 선호하는데 역시 마운드를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에요.
지난 8일 보스턴에서 펼쳐진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LA 에인절스 선발투수 딜런 피터스가 투수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운드가 높을수록 투수가 유리하다고 봅니다.
지난 8일 보스턴에서 펼쳐진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LA 에인절스 선발투수 딜런 피터스가 투수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운드가 높을수록 투수가 유리하다고 봅니다. /AP 연합뉴스

투수의 마운드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야구 초창기인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마운드는 없었어요. 당시 투수는 타자가 공을 치도록 적당히 던져주는 역할이었거든요. 이후 투수 역할이 점차 강조되면서 마운드가 만들어지고, 관련 규정도 나오기 시작해요.

마운드가 규정에 처음 등장한 것은 1893년입니다. 마운드가 생기면서 타자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 됐어요. 1904년 '마운드는 15인치(38.1㎝) 이하로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규정이 생겼어요. 1950년에는 마운드 높이가 15인치로 통일됐고요. 이어 1960년대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투수에게 유리한 환경이 됩니다. 그 결과 각 팀당 경기당 득점 수치가 나날이 떨어져, 1968년에는 팀별로 한 경기 평균 3.42점을 내는 데 그쳤습니다. 이해 메이저리그 다섯 경기 중 한 경기에서 한 팀은 무득점이었죠. 그래서 이해를 '투수의 해(the year of the pitcher)'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점수가 덜 나면 관객은 아무래도 재미없어 하게 마련입니다. 위기감을 느낀 MLB는 1969년 마운드 높이를 지금 기준인 '10인치'로 통일하고, 스트라이크존도 다시 좁혔어요. 이 해 경기당 한 팀이 얻은 평균점수, 타자 타율, 경기당 홈런 수가 모두 20%씩 오르며 공격 야구의 시대가 왔죠.

국내 프로야구(KBO)는 1982년 출범했을 때 마운드 높이가 15인치였다가, 1991년에 10인치로, 2000년에는 13인치로, 2007년부터는 10인치로 경기를 하고 있어요.


최의창·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