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개구리 물갈퀴의 비밀, 산소농도 높으면 없어져요

입력 : 2019.08.08 03:00

[세포사멸]
세포가 스스로 사라지는 '세포사멸'… 유전·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일어나
사람도 태아 때 물갈퀴 있지만 사멸

폭염 속에 수영장이나 계곡, 바다를 찾아 수영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요. 수영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오리발'을 챙겨 가지요. 사람 발에는 물갈퀴가 없는데, 오리발을 착용하면 물갈퀴가 생긴 것처럼 앞으로 쭉쭉 나아가거든요. 그런데 여러분도 한때 손·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었다는 것 아세요?

◇사람도 물갈퀴가 있다?

물갈퀴는 손가락 또는 발가락 사이사이에 있는 얇은 막입니다. 육상동물은 보통 물갈퀴가 없지만, 전 생애를 물속에서만 보내는 동물, 혹은 물속과 육지를 오가며 사는 동물은 물갈퀴를 가진 경우가 많아요.

사람도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 6~8주 무렵에는 손발에 물갈퀴가 있다가 몇 주 더 자라면서 사라집니다. 반면 사람과 달리 개구리는 올챙이 적 생긴 물갈퀴가 평생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재미있는 과학] 개구리 물갈퀴의 비밀, 산소농도 높으면 없어져요
/그래픽=안병현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지난 7월 미국 하버드대학과 일본 도쿄공업대 공동 연구진은 개구리에게 물갈퀴가 남아있는 이유를 밝혀냈어요.

◇세포괴사와 세포사멸

모든 생명체는 생명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세포가 모여 이뤄져 있어요. 생물마다 가진 세포는 수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몸 안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생물체가 먹고 숨 쉬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포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시기에 맞게 잘 수행하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세포들도 수명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죽기도 하고 새로 생겨나기도 한답니다. 세포의 죽음에는 대표적으로 '세포괴사'와 '세포사멸(apoptosis·세포자살)' 두 가지가 있어요. 이 중 세포괴사는 병원균이나 사고 등으로 세포가 파괴되는 경우예요. 반면 세포사멸은 생물의 발생 과정에서 비정상 발생 또는 노화된 세포 등이 스스로 사멸하는 걸 뜻하죠.

사람의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없는 이유는 세포사멸 때문입니다. 태아 시기에는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사이가 연결되어 있다가 커가면서 이 '물갈퀴'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사멸해 없어지고 손가락 발가락만 남는 것이지요.

◇산소 농도에 따라 물갈퀴 유무 갈려

이런 현상은 태아뿐 아니라 쥐나 도마뱀 등 발가락을 가지는 많은 동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요. 하지만 개구리나 오리의 물갈퀴에서는 이런 세포사멸이 일어나지 않아요.

왜 어떤 동물의 물갈퀴는 세포사멸이 일어나고, 어떤 동물은 일어나지 않는 걸까요? 연구팀은 육상 생활을 하는 동물이 물속에서 사는 동물보다 더 높은 산소 농도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에 착안했어요.

연구진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어요. 이 개구리 올챙이를 산소 농도를 매우 높인 수조에 담아 길렀어요. 그러자 성체가 됐을 때 물갈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어요. 자연 상태에서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여느 개구리처럼 뒷발에 물갈퀴가 있는 종류인데도요. 즉 주변 산소 농도가 물갈퀴 세포사멸이 일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밝혀낸 겁니다.

연구팀은 또 올챙이 시기 없이 육지에서 바로 개구리로 태어나는 '코키개구리'는 앞발가락과 뒤발가락 모두 물갈퀴가 없는데, 그 원인도 산소 농도가 짙은 조건에서 자라나는 데 있다는 걸 알아냈어요.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갔어요. 그렇다면 물갈퀴가 사라지는 생물도 산소 농도 조건에 따라 물갈퀴가 계속 남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연구진은 닭의 발 세포만 분리해 매우 옅은 산소 농도에서 생장시켰어요. 그 결과, 세포사멸이 일어나지 않고 물갈퀴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죠.

이런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산소 농도는 물갈퀴 세포사멸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더 확실해졌죠. 이를 통해 환경에 따라 생명체마다 발가락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었고, 과거 물에서만 살던 지구 생물들이 육지로 퍼져 나갈 수 있었다고 추정했어요.


[세포가 죽는다니 무섭다고요? 몸의 정상작동 위해서 필수죠]

이름은 무시무시하지만 '세포사멸'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해갈 때 꼬리가 점점 사라지는 원리는 뭘까요. 세포사멸입니다. 사람 뇌에서는 생후 1개월 이내에 신경세포 20~50%가 사멸합니다. 그럼 태어났을 때보다 머리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고요? 일부 신경세포가 사라지면서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연결돼 더 잘 작동하게 됩니다. 이런 세포사멸은 세포가 '스스로 문제가 생겼다'고 느낄 때, 몸에서 해당 세포가 더 필요 없다고 신호를 보낼 때 벌어집니다.

오히려 세포사멸이 일어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암(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세포사멸이 일어날 수 없는 세포는 죽지 않고 계속 손상되거나 돌연변이를 축적해 이것이 종양으로 변하거든요. 적절한 세포사멸은 생명체의 정상적인 성장과 건강 유지를 돕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세포사멸로 세포가 줄어들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사람 몸은 필요한 만큼의 세포를 계속 만들어내니까요.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