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275년 지속되어 온 '칼 가진 자'와 '코란 든 자'의 연합
입력 : 2019.08.07 03:00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즘']
18세기 이슬람 근본주의자 '와합' 우상 숭배·여성 사회활동 금지 주장
"신도들 타락… 코란 그대로 해석해야"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들의 해외여행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어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그동안 마흐람(남성 가족 후견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결혼과 취업은 물론 해외여행도 떠나지 못했는데, 이 중에서 해외여행만큼은 풀어주기로 한 거예요.
사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여성 인권이 낮은 편이에요.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의 뿌리가 된 '사우디 제1왕국'이 와하비즘이라는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과 뿌리 깊이 얽혀 있어서예요.
◇이슬람 근본주의 외친 '와합'
사우디아라비아는 와하비즘 국가입니다. 와하비즘은 쉽게 말해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적힌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이념입니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여성 인권이 낮은 편이에요.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의 뿌리가 된 '사우디 제1왕국'이 와하비즘이라는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과 뿌리 깊이 얽혀 있어서예요.
◇이슬람 근본주의 외친 '와합'
사우디아라비아는 와하비즘 국가입니다. 와하비즘은 쉽게 말해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적힌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이념입니다.
- ▲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에 처음으로 여성도 운전할 수 있게 했어요. 지난 2일에야 성인 여성 혼자 외국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했을 정도로 이슬람 율법을 철저히 따르는 나라입니다. /EPA 연합뉴스
그래서 그는 초기 이슬람 신앙으로 돌아가자는 이슬람 복고주의 운동을 펼쳤어요. 무함마드가 처음 이슬람교를 창시했던 7세기 이슬람 교리가 정통이라는 주장이었죠. 그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친구로 토착민들에게 성인으로 추앙받던 이의 무덤을 파괴하고,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나무도 우상 숭배라며 잘라버렸습니다. 여성의 사회활동도 금지했죠.
와하비즘에 찬동하지 않던 사람들은 이런 극단적인 행동에 깜짝 놀랐죠. 와합은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와합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후원해줄 현실 권력자를 찾아나서죠.
◇칼 가진 자와 코란을 든 자의 연합
당시 아라비아반도 중부 디리야(현재의 리야드)를 지배하던 무함마드 빈 사우드(?~1765)는 와하비즘에 매력을 느낍니다. 사우드와 와합은 1744년 군사력은 사우드가, 종교적 통치 이념은 와합이 맡기로 합의하고 힘을 합칩니다. 사우디 제1왕국의 탄생이죠.
이후 사우드는 아라비아반도를 '진짜 이슬람'의 깃발 아래 통일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1780년대부터 빠른 속도로 영토를 넓힙니다. 1805년에는 이슬람교의 양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모두 정복하고 아라비아 반도 대부분을 손에 넣었죠.
하지만 오스만제국도 호락호락하진 않았어요. 오스만제국의 이집트 총독 무함마드 알리가 반격에 나서면서 사우드 가문은 메카를 비롯한 영토 대부분을 잃고 재기를 노리게 됩니다.
사우드 가문은 20세기 초 다시 와하비즘을 주창하며 아라비아반도를 차지합니다. 무함마드 빈 사우드의 5대 손인 압둘 아지즈 이븐 사우드(1876~1953)가 아라비아반도를 다시 통일하고 1932년 건국을 선포합니다. 사우디 제3왕국, 우리가 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가 시작된 겁니다.
◇율법으로 다스리는 나라
사우드 가문과 와합 가문은 여러 세대에 걸쳐 혼인에 혼인을 거듭했어요. 나라는 사우드 가문에서 다스리지만, 종교 지도자는 와합의 후손이 맡는다는 원칙도 지켜지고 있고요. 이런 가운데 와하비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사회·교육·법의 기준이 됐습니다. 코란과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관습법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배하게 됐고요. 여성의 자유를 제한하는 마흐람 제도도 샤리아에 따른 것입니다.
책 '와하비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쓴 데이비드 코민스 미국 디킨슨대 교수는 "종교적 사명과 정치적 힘이 결합한 1744년 협약은 2세기 반이 지나도록 지속됐다"고 했어요. 2019년 지금까지 275년 동안 현재진행형입니다.
[사우디 국기 속 글씨, 무슨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