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책장 펼치면 파란 바다로 풍덩! 새벽·낮·밤… 여름 해변의 하루
여름 안에서
솔 운두라가 지음|김서정 옮김|그림책공작소|36쪽|1만8000원
피서라는 말은 피할 피(避) 더울 서(暑), 즉 더위를 피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상하죠. 우린 뜨거운 여름날 더 뜨거운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니까요. 물론 바다에 들어가면 잠시는 시원하겠지만 그렇다고 온종일 물속에만 있을 수도 없는데 말이에요. 그러고 보면 우린 몸보다 마음의 시원함을 찾기 위해 해변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요. 여름 해변에선 평소와는 달리 최소한의 옷만 입어도 되죠. 마음껏 소리치고 뛰어다닐 수도 있고요.
'여름 안에서'는 사람들이 가득한 여름 해변의 풍경을 원색으로 가득 채워냅니다. 여름 해변 풍경이 시시각각 어떻게 바뀌는지를 마치 카메라처럼 추적하죠. 아침 5시 어부들이 모래에 남기는 첫 발자국부터 오직 등대만 눈을 부릅뜨고 있는 어스름까지요.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팝아트처럼 완성한 그림과 간결한 문장이 절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칠레 출신의 솔 운두라가 작가가 펴냈어요. 작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라가치상 대상을 받았죠. 심사평을 소개합니다. "이 그림책을 펼치면 우리는 모두 해변으로 갈 수 있다."
- ▲ /그림책공작소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독일의 추운 겨울 잿빛 하늘 아래에서 이 책의 그림을 그렸다는 점이에요. 작가는 자신의 고향 칠레에 있는 해변에서 즐겁게 놀고 있을 가족을 떠올리며 작업했다고 해요. 북반구에 있는 독일이 한겨울일 때 남반구의 칠레는 한여름이거든요.
이 책에서 문자는 우리가 이야기를 떠올릴 때 살짝 도와줄 뿐이에요.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방법도 조금 달라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오랫동안 지켜봐야 해요. '여름 안에서'는 그림을 보며 떠오르는 우리의 상상이 책의 내용을 채우는 기발한 책이에요. 한여름 낚싯배에 몸을 실은 북극곰, 비행 물체와 눈 맞추는 핑크색 코끼리, 하늘을 나는 까만 상어 등 숨은 그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