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뉴욕에선 통유리 빌딩 건축 금지… 단열 안돼 에너지 소모 어마어마

입력 : 2019.08.06 03:05

유리 커튼 월

"굉장히 감탄했다. 아름다운 타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높이 555m)를 보고 한 말입니다. 이 초고층 빌딩은 맑은 날 햇살이 비칠 때마다 유려하게 은빛으로 반짝거립니다. 건물 외면을 모두 유리로 마무리했기 때문이죠. 이런 방식을 '커튼 월(curtain wall)'이라고 하죠.

커튼 월은 20세기 초 건축 구조 혁신과 연관이 있어요. 근대 건축은 강철, 콘크리트, 유리를 사용하며 새롭게 변모했어요. 그 결과물 중 하나가 강철 기둥과 들보가 서로 지탱하는 강철 기둥보 구조예요. 벽이 건물 무게를 지탱하는 기존 벽식 구조로는 건물을 일정 수준 이상 높게 짓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강철 기둥보 구조 덕분에 벽이 건물 무게를 받아낼 필요가 없어지면서 마천루를 짓기가 훨씬 쉬워졌고, 건물 외벽에 쓸 수 있는 자재도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건물 외벽을 다양한 재료로 커튼을 치듯 마감하는 '커튼 월' 공법이 널리 퍼집니다.
높이 55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전경. 건물 외벽을 강화유리로 커튼처럼 둘렀는데, 이런 공법을 ‘커튼 월’이라고 부릅니다.
높이 55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전경. 건물 외벽을 강화유리로 커튼처럼 둘렀는데, 이런 공법을 ‘커튼 월’이라고 부릅니다. /롯데물산

커튼 월에는 유리가 자주 쓰여요. 높은 건물일수록 재료의 무게에 민감한데 유리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거든요. 통유리창을 통해 햇볕이 충분히 들어오고, 탁 트인 전망을 확보할 수 있어 특히 마천루에는 유리 커튼 월이 '필수 요소'처럼 됐죠. 63빌딩, 타워팰리스 등도 유리 커튼 월 건물입니다. 다만 모든 마천루가 유리 커튼 월은 아닙니다. 1931년 건축이 된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커튼 월에 벽돌과 석회암을 썼어요.

마천루가 아닌 공공시설에서도 유리 커튼 월이 많이 쓰여요. 인천국제공항, 서울시청 신청사 등을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유리 커튼 월이 마냥 좋기만 할까요? 일단 유리가 깨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최첨단 강화유리는 가장 튼튼한 소재 중 하나거든요. 문제는 단열입니다. 더운 여름 통유리창으로 들어온 뜨거운 태양 빛은 건물 내부를 지글지글 끓게 해요. 심한 경우 가을에도 에어컨을 틀어야 할 정도죠. 겨울에는 실내 공기가 금방 차가워져서 온종일 건물 전체에 난방을 해야 합니다.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계절마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죠. 또 날아다니는 새들이 투명한 창으로 돌진해 목숨을 잃는 '버드 스트라이크'도 유발하고요.

외국에서는 유리 커튼 월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지난 4월 뉴욕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층 빌딩에 통유리 커튼 월을 씌우는 걸 금지했어요. 또 기존 유리 커튼 월 건물도 외벽 리모델링을 권유했죠. 건물마다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100만달러 이상의 벌금도 물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구온난화는 세계 모든 나라의 현안이니까요.


전종현 디자인·건축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