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오늘의 숫자] 74

입력 : 2019.08.03 03:03

1982년 처음 상용화된 콤팩트디스크(CD)는 약 74분 분량의 음악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CD가 74분 길이가 된 것은 베토벤 교향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한 장에 온전히 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CD는 필립스와 소니가 공동 개발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필립스는 지름 11.5㎝(약 66분), 소니는 지름 12㎝(약 74분)를 각각 내세웠어요. 필립스는 "카세트테이프 대각선 길이(11.5㎝)보다 크면 불편하다"고 했고, 클래식 애호가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절친한 사이였던 소니의 오가 노리오 부회장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한 장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소니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CD는 12㎝, 74분 길이로 결정됩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1951년 실황(74분)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음반(67분) 두 가지가 대표적입니다. 12㎝ 안을 표준으로 하면 두 연주 모두 한 장에 담을 수 있었죠. 기존 LP는 한 장에 최대 60분만 들어가, 교향곡 9번을 들으려면 2장을 갈아 끼워가며 들어야 했어요. CD 지름 12㎝는 이후 DVD와 블루레이 등 다른 매체에서도 업계 표준이 됩니다.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