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경일의 심리학 한토막] 계획 대충 짜고 낙관하는 상태… 게으름 부리기 십상이죠

입력 : 2019.07.31 03:00

계획 오류

일이나 공부가 서툰 사람들은 특징이 있습니다. 목표는 거창한데 계획은 부실하다는 점이죠. 목표는 '기말고사 전교 1등'인데 계획은 날마다 '열심히 공부'와 '충분한 휴식'으로 뭉뚱그려져 있는 학생처럼 말이지요.

만만해 보이는 일조차도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 때문이죠. 언제까지 무엇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내다볼 때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돌발 변수를 감안하지 않아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걸 말합니다.

목표와 계획은 다릅니다. 세부적인 계획을 짜두지 않으면 목표를 세우고도 '잘되겠지'라고 낙관하며 게으름을 피우다가 허둥지둥하게 되지요.
목표와 계획은 다릅니다. 세부적인 계획을 짜두지 않으면 목표를 세우고도 '잘되겠지'라고 낙관하며 게으름을 피우다가 허둥지둥하게 되지요.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계획 오류가 생기는 중요한 이유는 계획을 대충 짜고, 그래서 낙관적인 상태로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철이가 오늘 저녁에 있을 집들이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철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계획을 짭니다. '저녁 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자.' 이 경우 시간의 잣대도 하나(오늘 저녁 전까지)고 목표(집들이 준비)도 하나입니다. 고작 한 가지 '미션'을 오늘 하루 안에만 끝내면 되니 '그 긴 시간 동안 설마 하니 마무리 못 하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목표 달성을 낙관하게 되죠.

하지만 이 낙관적 생각은 근거가 없습니다. 구체적 계획도 없습니다. 그저 '시간이 충분하니 잘 끝나겠지'라는 느낌만 있을 뿐이죠.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그 일을 완료해야 하는 시점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 게으름을 부리기 마련입니다.

이런 근거 없는 낙관은 해야 할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생겨납니다. 집들이라는 최종 목표는 하나지만 실제로 이를 달성하려면 반찬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밥도 짓고, 후식으로 먹을 과일도 사와야 해요. 이런 세부적인 일을 어떤 우선순위로 처리해나갈지, 각각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 철이는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겁니다.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요. 오늘 해야 할 집들이 준비를 종이 한 장에 최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적어나가면서 각각의 일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작업 순서도 효율적으로 바꿔볼 수 있죠. 이렇게 하면 하나의 시간 잣대와 하나의 목표가 여러 개의 구간과 목표로 바뀝니다. 계획 없이 목표만 세우고 낙관하는 사람과 목표에 맞춰 세부 계획을 세운 사람은 결과물이 차이 나게 마련입니다.

일이든 공부든 목표를 정했다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계획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과 고려해야 할 사항을 최대한 잘게 쪼개내면서 짭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쉽지 않죠. 정말 많은 사람이 이러한 계획 만들기를 싫어합니다. 계획을 짜는 행동은 '일'도 '공부'도 아니라 여기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아깝다는 겁니다. 그러나 근거 없는 낙관에 빠져 일을 미루는 사태를 막으려면 계획이 필요합니다. 성공 뒤에는 수많은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