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양조장이 7000개 넘는 '와인의 도시'… 서로 갖겠다고 영국·프랑스 백년전쟁

입력 : 2019.07.31 03:00

보르도

최근 유럽이 40도를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어요. 사하라사막의 뜨거운 공기가 유럽을 뚜껑처럼 덮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보르도는 지난 23일 낮 최고기온이 41.2도를 기록해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았다고 해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르도 부르스 궁전 야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르도 부르스 궁전 야경. 궁전 앞 '물의 거울 광장'에 궁전과 트램이 반사돼 보여요. /ⓒPhillip Maiwald
보르도는 '물 가까이'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 남서부의 도시예요. 가론 강변에 있는 누벨아키텐주(région)의 중심 도시로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최첨단 항공 산업이 병존하는,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랍니다.

보르도는 프랑스와 영국이 백년전쟁(1337~1453)을 벌인 원인이기도 했어요. 프랑스 땅이었다가 12세기 중반 영국 영토가 됐거든요. 당시 보르도를 포함한 아키텐 지방의 영주였던 알리에노르 여공작이 프랑스 왕 루이 7세와 이혼하고, 플랜태저넷 백작과 재혼합니다. 플랜태저넷 백작은 2년 뒤 영국 왕 '헨리 2세'가 됩니다. 덕분에 아내 땅이었던 보르도가 영국 영토가 됐죠.

보르도
보르도는 유럽 전 지역을 대상으로 와인 무역을 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어요. 프랑스는 보르도가 못내 아쉬웠죠. 프랑스가 보르도와 아키텐 지역을 몰수하겠다고 나서면서 백년전쟁이 시작됩니다.

보르도는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가장 큰 와인 산지예요. 포도밭과 와인 제조·저장 시설을 갖춘 '샤토'가 약 7300개 있어요. 이 지역 포도밭 면적만 서울시 면적의 두 배에 달합니다. 포도를 재배하는 데 적합한 기후와 토양을 갖춘 데다 대서양과 가까워 와인을 팔기도 용이했기 때문에 과거부터 와인 산지로 발달했죠. 보르도의 샤토를 찾는 관광객만 매년 7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보르도의 구도심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어요. 2000년 넘게 역사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로마시대의 고대 유적뿐만 아니라 18세기 고전주의와 신고전주의 건축물이 통일성 있게 보존된 덕분이지요. 보르도시는 건축물 347채를 문화재 건축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답니다.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