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나비 날개 젓기, 돌고래 발차기… 평영 기록 단축하려다 탄생했죠

입력 : 2019.07.30 03:00

접영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지난 28일 막을 내렸어요. 접영 200m에서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가 2009년에 세운 기록(1분51초51)이 깨진 게 가장 큰 뉴스였죠. 헝가리의 크리스토프 밀라크(19)가 1분50초73으로 새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펠프스는 '접영의 신'으로 불렸는데 그 기록을 10년 만에 0.78초 단축한 거예요. 이어 접영 100m에서도 케일럽 드레슬이 펠프스 기록을 깼죠

'접영(蝶泳·butterfly stroke)'은 상체와 팔을 물 위로 드러내며 물을 헤치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양팔을 동시에 물 밖으로 밀어내던지는 모습이 나비의 날갯짓 같아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자유형(크롤 영법)에 이어 둘째로 속도가 빠른 영법입니다.

지난 26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접영 100m 준결승 경기에서 한 선수가 접영 특유의 '나비 날개 젓기'를 보여주며 헤엄치고 있어요.
지난 26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접영 100m 준결승 경기에서 한 선수가 접영 특유의 '나비 날개 젓기'를 보여주며 헤엄치고 있어요. /연합뉴스
접영의 독특한 팔 동작과 다리 동작은 평영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어요. 크롤 영법이 인기를 얻기 전인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수영계의 대세는 평영이었거든요. 조금이라도 더 빨리 헤엄치기 위해 여러 선수가 평영 개선에 나섰죠.

접영을 상징하는 나비 날갯짓 같은 팔 동작은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나왔어요. 수영은 팔로 물을 밀어내면서 앞으로 나가는 힘을 얻죠. 이를 위해 팔을 반복해서 앞으로 뻗어야 하는데 그 동작을 물속이 아니라 물 밖에서 하면 저항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시드니 캐빌(Cavill·호주), 헨리 마이어스(Myers·미국), 데이비드 암브루스터(Ambruster·미국) 등이 창시자로 꼽힙니다. 이 중 암브루스터는 '버터플라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이기도 해요.

접영을 상징하는 또 다른 동작인 '돌핀 킥(dolphin kick)'도 누가 먼저 개발했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설이 있어요. 제일 흥미로운 설은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던 물리학자 볼니 윌슨(Wilson) 창시설입니다. 그는 수족관에 갔다가 꼬리지느러미를 좌우로 흔드는 물고기와 달리 위아래로 흔드는 돌고래를 보고 돌핀 킥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아이오와대 수영팀 소속 선수였던 잭 시그(Sieg) 역시 '돌핀 킥'을 개발해냅니다. 시그는 암브루스터 감독과 함께 나비 날개 젓기와 돌핀 킥을 결합한 지금의 접영법을 만들어냅니다. 시그는 이 영법으로 평영 종목에 출전해 100야드(91m) 신기록을 세웁니다. 그렇지만 국제수영연맹(FINA)은 '돌핀 킥은 평영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실격시켰죠.

1936년 베를린 올림픽부터 평영 선수들은 점차 나비 날개 젓기와 기존 평영 개구리 차기를 접목한 형태로 경기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속도가 더 빨랐으니까요.

결국 국제수영연맹은 1952년 '나비 날개 젓기'와 '돌핀 킥'을 동시에 사용하는 영법을 새 정식 종목으로 승인하면서 '접영'이 공식적으로 탄생합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부터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고요.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