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98] '십상'과 '식겁'

입력 : 2019.07.25 03:00
한자어가 우리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을 정도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한자어로 된 낱말을 자주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한자어인데 순우리말로 잘못 알고서 혼동하거나 틀리게 쓰는 경우가 있어요.

* 물청소가 막 끝나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기 (쉽상, 십상)이니 조심해라.

* 차도로 갑자기 뛰어든 아이 때문에 얼마나 (시껍, 식겁)했는지 모른다.

위 예문의 정답을 맞혀 보세요. '십상'과 '식겁'이 정답인데, '쉽상' '시껍'으로 많은 사람이 헷갈리지요.

[예쁜 말 바른 말] [98] '십상'과 '식겁'
/그림=정서용
먼저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할 확률이 높다'는 뜻으로 '~하기 십상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십상(十常)은 '십상팔구(十常八九)'를 줄여 쓴 한자어예요. 즉 '열에 여덟이나 아홉 정도로 거의 예외가 없음'을 뜻하는 말이지요. '십상팔구'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말로 '십중팔구'가 있어요.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 정도로 대부분이거나 거의 틀림없음'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그런데 '~하기 쉽상이다'라고 잘못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십상'이 '그렇게 되기 쉽다'는 뜻이니 형용사 '쉽다'에서 온 말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해요.

역시 한자어인 '식겁(食怯)'은 '뜻밖에 놀라 겁(怯)을 먹음(食)'이라는 뜻입니다. 파생어인 '식겁하다'는 '겁먹다'와 비슷한 말이지요. 참고로 '식겁'은 '식껍'으로, '식겁하다'는 '식꺼파다'로 발음하다 보니, '시껍하다'로 잘못 쓰거나 '씩겁묵다' 같은 방언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 밖에도 '시컵하다, 씨껍하다, 씩겁하다'와 같은 방언을 여러 지역에서 쓰고 있는데, 모두 표준어가 아니랍니다.

예시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