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고대 로마에선 만년설 갈아 꿀 뿌리고, 중국 송나라는 팥과 얼음 섞어먹었죠

입력 : 2019.07.24 03:00

빙수

빙수만큼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주는 음식도 없지요. 얼음을 갈아서 그 위에 과일즙이나 시럽을 끼얹어 먹는 빙수는 기원전부터 인류와 함께해왔습니다. 고대 로마 황제들은 여름이면 알프스 만년설을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에 실어 로마로 급송한 뒤 이걸 갈아서 레몬즙과 꿀을 뿌려서 먹었다고 합니다. 중국 송나라에서는 복날 황제가 꿀과 팥을 섞은 얼음을 대신들에게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 먹는 빙수 '아이스카창'.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 먹는 빙수 '아이스카창'.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빙수는 오래전부터 먹었지만, 극소수만이 즐기는 호사였죠. 빙수를 일반 대중도 맛보게 된 건 20세기 들어서입니다. 1876년 독일 카를 린데가 암모니아를 냉각제로 사용하는 압축냉장장치를 발명하면서 인류는 인공적으로 얼음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1913년 미국에서 가정용 전기 냉장고가 최초로 출시되면서 어느 계절에나 얼음을 먹을 수 있게 됐죠.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 빙수가 다채롭게 발달했습니다.

'가키고리'라 부르는 일본 빙수는 얼음 가루에 시럽만을 뿌려 얼음 자체의 맛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죠. 반면 한국은 단팥은 물론 아이스크림·연유·떡 등 온갖 토핑을 더해 풍성한 맛을 즐기는 쪽으로 나갔습니다.

'대패로 깎은 얼음'이라는 의미의 '바오빙'은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에서 먹는 빙수인데, 국내에는 '망고 빙수'로 알려진 대만의 망고 바오빙이 유명합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는 빙수를 '아이스카창'이라고 부르는데, 다양한 열대 과일이나 단팥이 올라갑니다. 코코넛밀크에 쌀가루로 만든 젤리와 얼음, 팜슈거(palm sugar·야자당)를 넣은 '첸돌'도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흔히 즐기는 빙수지요.

이란 빙수 '팔루데'도 수천년 역사를 자랑하는데, 갈아낸 얼음과 함께 향긋한 장미수와 가느다란 국수를 잘게 잘라 낸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멕시코에서는 '라스파도'를 먹어요. 스페인어로 '간 얼음'이란 뜻인데 과일 시럽, 연유, 아이스크림 등을 얹어 먹습니다.

갈아낸 얼음에 시럽을 끼얹지 않고, 아예 과일즙이나 시럽을 섞은 물을 얼려서 갈아내는 방식도 있습니다. 시칠리아 섬에서 탄생한 이탈리아 빙수 '그라니타'가 대표적이죠.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