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할아버지와 순돌이는 더이상 없지만 내게 준 사랑은 여전히 느낄 수 있죠

입력 : 2019.07.23 03:00
'할아버지와 순돌이는 닮았어요'
할아버지와 순돌이는 닮았어요|김준영 지음|길벗어린이|48쪽|1만3000원

지금으로부터 122년 전인 1897년의 미국, 여덟 살 소녀 버지니아가 아빠에게 갑자기 질문을 던져요.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 아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신문사에 물어보자고 해요. 버지니아의 편지를 받은 것은 경험 많은 기자였어요. 신문은 놀랍게도 사설을 써서 답을 해주죠. "가장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이 세상에 그것들만큼 확실하고 중요한 것은 없단다. 바로 사랑과 믿음과 착한 마음 같은 것들이 그것이지. 그래서 그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봐야만 볼 수 있어."

올해 나온 '할아버지와 순돌이는 닮았어요'는 그 옛날 멋진 기자 아저씨가 버지니아에게 해주었던 대답과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주인공에게는 사랑하는 두 할아버지가 있어요. 진짜 할아버지와 늙은 반려견 순돌이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항상 주인공의 곁에 있었고, 한결같이 반가워했으며,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했던 존재들이죠. 그래서인지 서로 얼굴까지 닮았죠. 할아버지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입가는 쪼글쪼글해요. 순돌이는 털이 희끗희끗하고 입가가 처졌죠.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두 사람이 주인공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까지도 닮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둘이 달라져요. 할아버지는 불러도 한참이나 늦게 주인공을 알아봐요. 가끔은 이름도 까먹고요. 순돌이도 반갑게 뛰어와 꼬리 치는 일이 없어졌어요. 두 할아버지는 점점 쇠약해져요. 고민하던 주인공은 할아버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순돌이 털을 빗겨줍니다. 사랑을 돌려주기로 한 것이죠.

'할아버지와 순돌이는 닮았어요'
/길벗어린이
두 할아버지와 이별하고 슬픔에 빠진 주인공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해요. "할아버지와 순돌이는 더 이상 곁에 없지만,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란다."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