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짧은 귀와 동글동글한 몸, 북극에서 살아남는 비결이죠

입력 : 2019.07.19 03:05

북극여우

지난달 노르웨이 극지연구소는 GPS 추적 장치가 장착된 북극여우 암컷이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얼어붙은 북극해와 그린란드를 건너 캐나다 북부 엘즈미어섬에 도착했다고 발표했어요. 76일 동안 약 3500㎞를 이동한 거지요. 하루 평균 46㎞씩, 가장 많이 이동한 날은 155㎞까지도 달려간 겁니다.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북극여우의 생존 비결은 뭘까요?

북극여우는 그린란드, 러시아, 캐나다, 아이슬란드, 스칸디나비아의 고산지대에 주로 삽니다. 영하 70~80도까지 견딜 수 있어요. 비결은 열을 잘 보존하는 겁니다. 북극여우는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적응했어요. 북극여우는 짧은 주둥이, 작은 귀, 짧은 다리가 특징이에요. 몸길이도 40~70㎝ 정도로 전체적으로 작고 동글동글하다는 인상을 주죠. 추울 때는 머리와 몸을 꽉 움츠리고 몸을 둥글게 해 외부 공기에 노출되는 몸 면적을 줄여요. 생김새가 귀엽다고 북극여우를 반려동물로 삼는 사람도 있어요.
북극여우는 주둥이, 귀, 코가 모두 짧죠. 추운 곳에서도 열을 지키기 쉽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북극여우는 주둥이, 귀, 코가 모두 짧죠. 추운 곳에서도 열을 지키기 쉽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동글동글하고 작달막한 생김새는 북극여우가 '앨런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에요. 미국 생물학자 조엘 아사프 앨런(Allen)이 주장한 법칙인데 '기온이 낮은 지역에 살수록 열을 지키기 위해 몸의 말단 길이가 짧아진다'는 거지요.

북극여우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두 겹으로 된 털과 지방층이 두꺼운 가죽을 가지고 있어요. 포유류 중에서 최고의 단열 효과를 가진 모피라고 해요. 북극여우는 가을철부터 체중이 50% 이상 늘어나는데, 한겨울 맹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몸에 지방을 비축하는 거예요.

또 북극여우는 발바닥의 혈관을 수축하거나 확장해 발 온도를 조절해요. 발바닥 모세혈관을 확장시켜서 더 많은 피가 흐르게 하는데, 덕분에 차가운 얼음 위를 걸어도 동상에 걸리지 않아요.

북극여우는 레밍, 북극토끼, 고리무늬물범 새끼, 어류, 조류 및 알, 순록 시체, 곤충류, 나무 열매, 해초류 등을 가리지 않고 전부 먹어요. 또 후각이 예민해 최대 40㎞ 밖에 있는 레밍 냄새를 알아차리고, 1.5m의 눈 속에 파묻혀 있는 먹잇감도 찾아냅니다.

보통 굴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어요. 하루 수십㎞를 이동하면서 출퇴근식으로 사냥을 하죠. 그렇지만 새로운 장소로 떠나는 개체는 이번에 노르웨이에서 캐나다까지 이동한 북극여우처럼 수백㎞ 이동합니다.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다가 길이 끊기면 헤엄을 쳐서 이동합니다.

북극여우 하면 흰 털을 떠올리지만, 푸른색 털을 가진 북극여우도 있어요. 흰색 북극여우는 겨울철에는 흰색 털을 갖고 있다가 여름철에는 은폐 효과를 노리고 회갈색으로 바꿉니다. 푸른색 북극여우는 1년 내내 짙은 푸른색인 종도, 계절에 따라 털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바뀌는 종도 있답니다.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