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젖소에 미생물 첨가 사료 먹이면… 온난화 주범 '방귀' 줄어

입력 : 2019.07.18 03:00

[젖소 장내 미생물]
젖소는 장내 미생물로 식이섬유 소화…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
소 등 반추동물이 1년에 뿜는 메탄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4분의 1 차지
장 속에 어떤 미생물 갖고있냐에 따라 메탄가스 배출량과 우유맛 달라

최근 과학자들이 젖소의 장(腸) 속에 사는 미생물을 연구해 젖소가 방귀를 덜 뀌게 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합니다. 온실가스인 메탄 방출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랍니다. 젖소가 더 맛있는 우유를 만들게 돕는 미생물도 함께 찾아냈다고 하네요.

지난달 이스라엘 벤구리온대, 영국 애버딘대 등 다국적 연구진은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소들의 몸속에 어떤 미생물이 있느냐에 따라 우유의 맛과 방귀의 분량이 달라진다는 글을 실었어요.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지에 있는 일곱 군데 농장에서 젖소 1000마리의 미생물 DNA를 얻어 분석한 결과랍니다.

풀을 소화하려면 '미생물'이 필요해

소는 염소, 양, 낙타와 같은 '반추동물'입니다. 반추동물들은 위가 여럿인데, 풀, 나뭇잎, 열매 등을 먹어 저장해놓고 되새김질을 하며 음식물을 잘게 쪼개죠.

[재미있는 과학] 젖소에 미생물 첨가 사료 먹이면… 온난화 주범 '방귀' 줄어
/그래픽=안병현
식물성 먹이는 주로 셀룰로오스(식이섬유)로 이뤄져 있어요. 사람은 셀룰로오스를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고 그냥 장을 지나가기 때문에 거기서 영양분을 얻지 못해요.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배변 활동이 활발해지게 하는 역할을 하는 정도죠.

사람과 달리 반추동물은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셀룰로오스를 소화시켜요. 반추동물은 풀을 뜯으면 되새김질하기 전까지 일단 위에 저장해 둡니다. 그러면 위에 있는 미생물이 셀룰로오스를 포도당으로 분해하죠. 포도당은 동물이 쉽게 에너지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화합물이에요.

염소가 종이를 소화시킬 수 있고, 소가 건초와 잔디만 먹고도 살이 통통 오르는 건 장내 미생물의 활약이 있어서랍니다.

식물은 셀룰로오스로 태양 에너지를 저장해요. 반추동물은 이를 소화시켜 양분으로 삼죠. 사람은 반추동물의 우유와 고기를 통해 태양 에너지를 간접적으로 섭취하죠.

지구를 데우는 소의 방귀와 트림

셀룰로오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유기화합물이에요. 지구의 식물은 한 해 약 10조㎏의 셀룰로오스를 생산하거든요. 반추동물이 이 셀룰로오스를 먹어 에너지를 얻고, 이를 통해 인간은 고기와 우유를 얻죠. 문제는 반추동물이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트림'과 '방귀'를 통해 메탄가스를 뿜는다는 점입니다. 소를 포함한 반추동물은 한 해 1억t씩 메탄가스를 뿜는데 이건 한 해 동안 지구에서 발생하는 전체 메탄가스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분량이에요.

연구진은 '어떤 미생물은 셀룰로스 분해 과정에서 더 많은 메탄을 방출하고, 어떤 미생물은 덜 방출할 것'이라는 가정을 검증해봤어요. 4년에 걸쳐 연구 대상 소들의 절반 이상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미생물 512종을 추려냈고, 그중에서 39종이 메탄 생성량과 우유 맛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냈어요. 연구진은 소의 장내에서 특정 미생물들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소의 메탄가스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연구진은 또 젖소 장 안에 어떤 미생물이 사는지에 따라서도 우유 맛이 바뀐다는 걸 알아냈어요. 소가 어떤 사료를 먹는지, 젖소가 어떤 품종인지만큼이나 미생물 구성도 중요하다는 거죠.

'미생물 사료' 먹는 소 나올까

그렇다면 소의 장내 미생물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사람이 유산균 드링크를 마시듯, 소에게 미생물 첨가 사료를 먹이면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맛 좋은 우유를 만들고, 메탄 발생량을 줄이는 미생물을 정확히 알아낸 뒤, 그 미생물을 장내에 가지고 있지 않은 소의 여물에 그 미생물을 섞어 먹이는 겁니다. 이를 통해 소들이 모두 맛있는 우유를 만들면서 온실 기체는 조금만 내놓도록 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소의 위장 속의 미생물 전체를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특정한 미생물을 장에 이식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건 가능할 거라고 과학자들은 낙관하고 있어요. 물론 앞으로도 이런 미생물들이 소의 방귀와 우유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자세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요.


[소 되새김질, 대부분 밤에 이뤄져]

소, 낙타, 사슴, 기린, 염소, 양 등은 위가 여러 개 있는 반추동물이에요. 소의 경우엔, 먹은 음식물을 넣어 두는 혹위(rumen), 벌집 모양의 벽이 있는 벌집위(reticulum), 주름 모양의 점막이 있는 겹주름위(omasum), 소화액을 분비하는 주름위(abomasum) 등 4개가 있죠. 첫 번째 위인 혹위 속에 여러 미생물이 있어 먹이를 발효시키고, 이후 네 번째 위인 주름위에서 소화·흡수합니다.

사람처럼 위가 하나뿐인 동물은 먹이를 섭취할 때 침과 섞어 잘게 부숴 삼키죠. 반면 반추동물은 앞니 없이 혀와 입술로 거칠게 씹어 삼킨 뒤 위에서 토해내 되새김질을 해서 소화시킵니다.

되새김질은 주로 밤에 합니다. 낮 동안 육식동물을 피해 먹이를 재빨리 잔뜩 삼켜 위에 저장한 다음, 안전할 때 천천히 소화시키는 거예요.




주일우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