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왜 사는가' 매일 고민하던 고래 모모… 몸을 내던진 모험에서 깨달은 것은?
혹등고래 모모의 여행
류커샹 글·그림|하은지 옮김|더숲|260쪽|1만3000원
최근 일본이 상업적인 목적의 고래잡이를 31년 만에 다시 시작했어요. 국제사회는 일본의 이번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요. 여전히 몇몇 고래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거든요. 오늘 주인공인 혹등고래는 고래 보호 조치로 멸종위기종에서 벗어난 친구죠.
고래가 물속에서 솟구쳐 올라 몸을 활 모양으로 구부리고 머리부터 물속으로 떨어지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신 적 있을 거예요. 몸길이가 10m 넘는 혹등고래가 자기 키만큼 수면 위로 펄쩍 솟구치는 재주를 뽐내죠.
주인공 모모는 혹등고래입니다. 다른 고래들과의 먹이 다툼에서 번번이 밀리는 약한 친구예요. 그렇지만 남다른 점도 있죠. 바로 '왜 사는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묻는 친구라는 겁니다.
어느 날 모모는 자신감이 넘치고 용감한 고래 바이야를 따라 위험천만한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바다를 떠나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죠. 몇 번이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고비를 넘기면서도 모모는 오히려 자신과의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죠.
- ▲ /더숲
모험이 끝나고 다시 바다로 돌아온 모모. 그렇지만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이었어요. 모모는 평생토록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늙어서 죽음이 가까이 온 순간까지도요. 마침내 모모는 자신이 숨을 거둘 장소를 '스스로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어요. 모모는 마지막으로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평생 품어왔던 의문에 대한 깨달음을 하나씩 얻어가지요.
묵묵히 삶을 견뎌낸 모모의 일생은 사유하는 인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혹등고래 모모의 여행'은 철학적 사유란 어떤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철학 우화이기도 해요. 짧지만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문장들과 저자가 직접 그린 고래 삽화가 어우러져 있는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