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7월, 화려한 꽃이 지면 '모르핀' 성분 든 열매가 맺히죠

입력 : 2019.07.12 03:00

양귀비

아름답고 매혹적인, 하지만 한 나라에 분란을 일으켜 파멸을 불러일으켰던 당나라 후궁에게서 이름을 따온 식물.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만, 그 열매에서 추출한 즙으로 마약(痲藥) 아편을 만들 수 있는 식물. '아편전쟁'으로 19세기 중국이 홍콩을 영국에 넘겨주게 된 원인이 된 식물. 바로 양귀비랍니다.

양귀비는 초여름 한두 달간 화려한 꽃을 피워요. 꽃대는 부러질 듯 얇은데 얄따란 꽃잎이 몇 장 겹쳐져 만든 오목한 그릇 모양 꽃이 어찌나 크고 탐스러운지 눈을 뗄 수 없답니다. 불규칙하게 거친 톱니가 난 길쭉한 잎사귀, 어른 허리춤에 이르도록 1m 남짓 곧게 세운 줄기가 특징이죠. 때때로 꽃이나 열매가 너무 무거워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기도 해요.

양귀비 꽃이 지면 동그란 주머니 모양의 열매가 그 자리에 맺힙니다.
양귀비 꽃이 지면 동그란 주머니 모양의 열매가 그 자리에 맺힙니다. 마약성 화학물질은 이 열매에 들어 있죠. /위키피디아
7월이 되면 화려하게 피어났던 양귀비 꽃은 차례로 져버립니다. 꽃이 진 자리에는 동그란 주머니 모양의 열매가 맺히죠. 양귀비는 열매가 성숙하기 전, 덜 익은 상태일 때 마약 성분이 나와요. 열매에 칼로 흠집을 내면 하얀색 즙이 흘러나오는데, 이 즙에는 '모르핀'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답니다. 중독성이 큰 데다, 뇌와 같은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해 인지능력이나 운동능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물질이에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마약성 양귀비는 키우는 게 불법이에요. 양귀비가 만개하는 5~6월이면 헬기를 띄워 양귀비 재배를 단속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최근 길가에 꾸며진 화단에서, 도심 속 공원에서 '양귀비'라고 쓰인 식물을 만난 적이 있지 않나요? 서울대공원, 올림픽공원에도 양귀비 밭이 있고요.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이 식물은 바로 '개양귀비'를 비롯한 원예종 양귀비입니다.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아 키워도 문제없는 품종이죠. 흔히 식물 이름에서 '개'가 앞에 붙으면 본래 식물보다 작고 볼품없다는 뜻이에요. 개양귀비는 키가 작고 꽃의 화려함도 덜한 양귀비를 가리킨답니다.

개양귀비는 양귀비와 달리 열매에 마약 성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요. 개양귀비의 덜 익은 열매에 상처를 내도 하얀 즙이 나오지 않지요. 열매 크기도 양귀비보다 작고 모양도 주머니보다는 도토리 모양에 가깝답니다. 또 키가 80㎝ 이하로 양귀비보다 작고, 줄기 전체에 짧은 털이 덮여 있어요.

양귀비와 개양귀비를 구분하지 못하고 양귀비를 관상용으로 재배하다 단속에 걸리는 해프닝도 종종 일어난답니다.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는 양귀비 열매에서 나오는 좁쌀보다 작은 씨앗을 음식에 넣어 먹기도 합니다. 바삭한 페이스트리에 양귀비 씨앗을 넣어 먹거나, 양귀비 씨앗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쓰기도 한답니다. 씨앗과 기름에는 아편 성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 가능하다고 합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