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우유 끓여 만든 조선 궁중 보양식… 왕이 신하에게 선물로 하사하기도

입력 : 2019.07.10 03:00

타락죽

이번 주 금요일(12일)은 초복(初伏)입니다. 복날을 맞아 많은 분이 삼계탕이나 장어, 낙지, 소고기, 민어 등 보양식을 챙겨 드시겠지요. 이처럼 한민족은 여름 무더위를 무탈하게 넘기도록 보양식을 먹습니다. 약식동원(藥食同源), 즉 음식이 곧 약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우리 선조들은 복날뿐 아니라 평소에도 보양식을 챙겨 먹었습니다.

타락죽
/게티이미지뱅크
옛날에는 우유를 타락(駝酪)이라 불렀습니다. 요즘이야 대단찮게 여기지만 과거에는 임금이 아니면 구경하기도 힘들 만큼 귀했어요. 타락죽〈사진〉은 불린 우유에 불린 멥쌀을 갈아 넣고 끓인 죽으로, 임금이나 왕실 사람들이 병이 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올렸습니다. 왕이 총애하는 신하에게 하사품으로 내리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우유를 먹기 위해 개량한 젖소가 없었으니 우유가 귀했고, 못 먹는 음식이었죠.

한반도에서 언제부터 우유를 먹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려사(高麗史)'를 보면 젖소에서 우유를 짰다는 기록이 나오는 걸로 미루어 늦어도 고려시대부터 먹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라에서 유우소(乳牛所)라는 상설기관을 설치해 운영했습니다. 유우소는 조선시대까지 계속됐습니다.

고려사에는 유우소에서 낙수(酪�T)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낙수는 우유를 끓여서 굳힌 것으로, 크림과 치즈 중간쯤 되는 말랑한 형태의 유제품으로 추정됩니다. 낙수를 넣고 쑨 낙죽(酪粥)도 타락죽과 함께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꼽혔습니다.

복날이면 고단백 식품을 찾는 문화는 조선시대에도 이미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도문대작' '증보산림경제' 등 조선시대 문헌을 살펴보면 소·돼지·멧돼지·닭·꿩·토끼·양·염소·개·오리·매·노루·사슴·표범 등 다양한 보양식이 나옵니다. 모두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죠.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는 별탕(鼈湯) 즉 자라탕이 소개됐습니다. 자라를 삶아 그 살을 찢어 오미자초·생강·천초·소금·후추에 무쳤다가 맑은장국에 끓입니다.

족탕도 보양식으로 먹었어요. 우족(牛足)을 무르게 고아 식혀 강정 크기로 썬 보양식입니다. 꿩고기 국물에 표고·무를 썰어 넣고 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만든 국물에 넣어 먹었다고 합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