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책을 조심히 다루던 옛 방식은 안녕… 붙이고 자르며 책과 쉽게 친해져요

입력 : 2019.07.09 03:07
책 가지고 놀고 있네

책 가지고 놀고 있네

박영옥 외 지음|학교도서관저널|412쪽|2만1000원

원래는 깊은 뜻이 담긴 행동 규칙이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형식만 남고 본래 의미는 사라진 경우가 종종 있어요.

책을 대하는 법이 대표적이죠. 인쇄 기술이 널리 퍼지기 전에는 책을 만들려면 한 자 한 자 똑같이 베껴 써야 했어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죠. 그래서 책으로 만들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부터 신중하게 판단해야 했고, 어렵게 만든 귀한 책이 망가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했어요. 그래서 책에 낙서하거나 귀퉁이를 접기만 해도 큰일이 나는 것처럼 여겼죠.

'책 가지고 놀고 있네'는 책을 대하는 과거의 방식이 이제는 달라져도 된다고 알려줍니다. 책은 여러 방식으로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을 알려줘요. 학교 사서 선생님을 포함한 독서 교육 전문가 50분이 함께 책으로 놀 수 있는 100가지 기발한 방법을 가르쳐주거든요. '버리는 책으로 팝업북 만들기' '책 높이 쌓기 게임' '좋은 책 나쁜 책 비석 치기' 같은 놀이 말이죠.

책 가지고 놀고 있네
/학교도서관저널
'책은 무조건 귀한 것'이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일 뿐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책은 왜 있는 걸까요. 책은 읽고, 알고, 생각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책은 그 자체로 훌륭한 것이 아니라 우리 필요에 따라 쓰는 도구일 뿐이죠. 아무리 지혜로운 어르신이라도 일단 야단부터 치시면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겠죠. 이 책은 우리가 접하는 책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무엇이 아니라 때로는 장난감일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한창 클 나이의 여러분은 원래 읽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요. 몸이 커질 때 엄청나게 먹듯이 정신이 무럭무럭 크려면 독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죠. 이 책은 근엄한 표정을 짓고 '책 좀 읽어'라고 훈계하지 않아요. 대신 함께 뒹굴며 신나게 놀 수 있는 친구로서 책을 소개하고 있어요.

김성신·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