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극지방 얼었던 땅속, 온난화로 녹아… 갇혔던 병균 새나와
입력 : 2019.07.04 03:00
[녹아내리는 영구동토층]
1년 내내 녹지않고 얼어있는 지층… 온난화로 두배 빠르게 녹고 있어요
천연두·스페인독감 등 이미 퇴치된 전염병 바이러스 다시 활동할 위험
유럽이 40도 넘는 폭염으로 난리입니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할 정도죠. 그런데 조금 덜 알려진, 하지만 똑같이 위험한 다른 문제가 있어요. 지구온난화로 1년 내내 얼어 있는 땅 '영구동토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지난 5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영구동토층이 줄어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진다는 경고가 실렸어요.
◇1년 내내 얼어 있는 땅속
히말라야 정상에 1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이 있듯이 극지방 땅밑에는 1년 내내 땅속 온도가 영하인 '영구동토층'이 있어요. 두께가 80~100m에 달하죠.
◇1년 내내 얼어 있는 땅속
히말라야 정상에 1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이 있듯이 극지방 땅밑에는 1년 내내 땅속 온도가 영하인 '영구동토층'이 있어요. 두께가 80~100m에 달하죠.
- ▲ /그래픽=안병현
◇'온실가스' 저장고인 영구동토층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주변 기온이 전보다 크게 올랐어요. 빙하가 녹아 북극곰과 바다표범의 터전이 없어지는 것과 동시에 영구동토층도 계속 녹아내리고 있어요.
문제는 이 영구동토층이 지구 온도를 올리는 '온실가스'를 잔뜩 품고 있다는 점이에요. 영구동토층에는 얼어붙기 전에 퇴적된 동식물 사체가 많이 있어요. 지금이야 얼어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따뜻해지면 부패가 시작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방출할 거예요. 영구동토층에 있는 탄소를 합치면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1조6000억t이 될 거라는 추정도 있어요.
결국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요. 온실가스 때문에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요. 그 결과 더 넓은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려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빨라지는 거예요.
◇배 이상 빨라진 영구동토층 소실
이름은 '영구' 동토층이지만 사실 영구동토층이 늘 얼어붙어 있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지구는 오랜 시간을 주기로 따뜻해지기도 하고 차가워지기도 하거든요. 그런데도 과학자들이 영구동토층이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건 갈수록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어 빨라지고 있어서예요.
그동안 과학자들은 영구동토층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300년 동안 2000억t의 온실가스가 나올 거라고 추정했어요. 1년에 6.7억t꼴이죠. 현재 인류가 내보내는 온실가스가 연간 약 300억t이니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영구동토층이 이보다 훨씬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작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는 속도가 기존 예측보다 두 배 가까이 빨라졌다고 했어요. 지난달 CNN은 '지구물리학연구지'를 인용해 캐나다 극지방에서 영구동토층이 녹는 속도가 2.5배가량 빨라졌다고 보도했어요.
게다가 영구동토층은 다른 토양층과 달리 한 번에 몇 m씩 와르르 무너져내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흙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던 얼음이 녹으면서 땅 전체가 푹 꺼져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무너져내린 공간에 얼음이 녹은 물이 고여 호수가 생기는데, 그런 지형을 '열카르스트'라고 불러요.
열카르스트의 호수는 서서히 녹는 토양층보다 메탄을 최대 400배나 배출해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스무 배 넘게 온실 효과가 센 기체죠. 최근 30년간 캐나다 허드슨만을 비롯해 수많은 지역에 열카르스트가 생겼어요. 이 추세라면 앞으로 100년 동안 최대 3800억t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뿜어 나올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영구동토층의 변화를 계속 지켜보며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지요.
[지반 무너져 송유관 파괴 위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지구온난화 외에도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얼어붙은 땅속에 갇힌 미생물이나 바이러스가 녹아서 활동을 재개할 때, 어떤 병이 퍼질지 알 수 없거든요. 실제로 2005년, 알래스카의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연구실에서 분리해 다시 활동하게 하는 데 성공한 경우가 있었어요. 스페인 독감은 20세기 초에 5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무서운 병이에요. 천연두 바이러스를 포함해 이미 '퇴치'됐다고 알려진 다른 전염병 바이러스도 영구동토층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지반도 함께 무너질 수 있어요. 그러면 시베리아나 알래스카를 따라 건설된 긴 송유관(석유를 옮기는 관)이 파괴돼 석유가 유출될 위험도 있어요.
또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동토층 내의 여러 가지 미네랄 성분이 북극해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그 결과, 북극해 해수 성분이 바뀌면서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성분은 해류를 따라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지구적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