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하위팀에 신인 우선선택권… '대박 신인' 노려 일부러 꼴찌하기도
신인 드래프트
신인 드래프트는 하위팀에 전력을 강화할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지난 시즌 성적이 나쁜 팀일수록 먼저 신인 유망주를 선택하게 하지요.
미국 미식축구(NFL)에서 1936년 처음 드래프트를 실시했는데요. NFL에서는 지난 시즌 꼴찌 팀이 1순위로 신인선수를 지명하고, 우승한 팀은 나머지 팀들이 모두 지명권을 행사한 뒤 선수를 뽑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되면 가장 뛰어난 유망주가 꼴찌 팀으로 가고,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우승팀에 가게 되겠죠. 그 결과, 몇몇 강팀이 계속 우승컵을 독점하는 걸 막을 수 있게 됩니다.
- ▲ 지난달 21일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 입단한 자이언 윌리엄슨(왼쪽에서 셋째). /AP 연합뉴스
드래프트 제도가 없는 유럽 축구에서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독일 바이에른 뮌헨 같은 명문팀들이 우승컵을 맡겨둔 물건처럼 매년 찾아가죠. 돈으로 '우주 방위대'급 선수진을 구성하니까요. 반면 드래프트 제도가 있는 NFL, NBA, 프로야구(KBO), 남자프로농구(KBL) 등에서는 이런 우승 독점이 많이 줄어듭니다.
다만 드래프트 제도는 어떤 나라에서나, 아무 종목에서나 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유럽 축구에서는 각 팀이 유소년팀을 운영하면서 직접 유망주를 키워냅니다.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에서 실력을 키운 이강인 선수가 대표적이죠.
드래프트 제도에는 약점도 있어요. 드래프트 제도가 있다면 팀 입장에서는 유소년 육성을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잘 키워놨는데 다른 팀에 뽑혀가 버리면 얼마나 허탈하겠어요.
수퍼스타 신인을 차지하려고 하위권 팀들이 서로 '누가 더 많이 지나' 경쟁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우승을 꿈꾸기 어려운 하위권 팀 입장에서는 아예 일부러 계속 경기를 져서 다음해 먼저 선수를 지명할 기회를 얻어 '신인 대박'을 노리는 게 이익이거든요.
실제로 현 NBA 최고 스타인 르브런 제임스가 지명된 2003년에 여러 NBA 팀이 고의로 패배했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국내 여자배구에서는 김연경 선수가 프로 진출을 앞두자 비슷한 일이 벌어졌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BA는 추첨제를 도입했습니다. 꼴찌팀에 무조건 1순위 지명권을 주는 대신, 추첨을 통해 하위 14개 팀의 지명권 순서를 정하는 겁니다. 결국 지난 시즌 확실한 꼴찌(30개 팀 중 30위)를 한 뉴욕팀 대신, 꼴찌에서 8위(전체 30개 팀 중 23위)를 한 뉴올리언스가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자이언 윌리엄슨을 차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