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조선후기 역적의 후손으로 태어나 그림에만 몰두했던 산수화의 대가
입력 : 2019.06.28 03:00
옛 그림에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요. 부드러운 색채와 자유분방한 먹선으로 지금은 없는 풍경을 참 잘 그려냈잖아요. 옛 그림에는 드러나는 아름다움 외에도 당시의 역사적, 문화적 상황이 담겨 있어,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많은 것이 보여요.
하지만 작품이 전해 내려오는 화가는 많지 않아요. 겸재 정선이나 신사임당의 그림은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그렇다면 심사정(1707~1769)의 작품은 어떨까요?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조선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참 좋아했답니다. 많은 그림을 그렸고 지금도 많은 작품이 남아 있어요. 무려 300점이 넘는다네요. 그렇지만 심사정 개인의 삶은 순탄치 않았어요.
1707년에 태어난 심사정의 집안은 명문가였어요. 증조할아버지는 영의정이었고 셋째 큰할아버지는 왕의 사위였지요. 그러나 심사정의 할아버지가 역모에 가담하면서 유배되고 말았다고 해요. 중죄인의 자손이라 관직을 얻는 것은 꿈도 못 꾸고, 그저 조용히 사는 수밖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심사정이 그림을 잘 그리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는지도 몰라요. 다른 아이들이 과거시험 준비를 위해 열심히 공부할 때 할 수 있는 것이 혼자 그림을 그리며 노는 것뿐이었거든요.
하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했기에, 그저 한가롭게 놀고 지낼 수만은 없었어요. 심사정은 그림을 그려 먹고살게 됐지요. 덕분에 20대 중반에 산수화와 인물화를 잘 그리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삶의 어려움이 그를 진짜 화가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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