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94] '졸이다'와 '조리다'
* 물엿을 너무 많이 (졸이면, 조리면) 가장자리가 탈 수 있어.
* 고등어를 (졸일, 조릴) 때 무가 들어가야 더 맛있다고 한다.
위 세 예문의 ( ) 안에 들어갈 맞는 말은 각각 무엇인가요? 정답은 차례대로 '졸였다, 졸이면, 조릴'입니다.
흔히 '졸이다'와 '조리다'가 발음도 비슷하고 음식과 관련해 쓰는 낱말이라 많은 사람이 혼동하기 쉬운데요, '졸이다'와 '조리다'는 그 뜻과 쓰임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봅시다.
- ▲ /그림=정서용
먼저 '졸이다'는 첫째, '(주로 '마음' '가슴' 따위와 함께 쓰여) 속을 태우다시피 초조해하다'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잘할 수 있을까 마음을 졸였다'와 같이 씁니다.
둘째, '찌개나 국, 한약 등의 물이 증발하여 분량이 적어지게 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죠. 예를 들면 '약한 불에 졸여야 수프가 제맛이 난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다음으로 '조리다'는 첫째, '양념한 고기나 생선, 채소 따위를 국물에 넣고 바짝 끓여서 양념이 배어들게 하다'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생선을 조리는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졌다' '멸치에 고추를 섞어 간장에 조렸다' 등과 같이 쓸 수 있지요. 둘째, '식물의 열매나 뿌리, 줄기 따위를 꿀이나 설탕물 따위에 넣고 계속 끓여서 단맛이 배어들게 하다'의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파인애플을 설탕물에 조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졸이다'가 '조바심하다, 애태우다'의 뜻으로 쓰이지 않고 음식과 관계되어 쓰일 때, 국물 등 액체가 줄어들게 하는 것은 '졸이다'로, 건더기나 덩어리 등의 고체에 맛이 배게 하는 것은 '조리다'로 그 차이를 구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시〉
―마감 날짜를 지키지 않으면 편집자는 무척 마음을 졸이게 될 거야.
―오늘도 그를 만나지 못할까 가슴을 졸였다.
―고등어조림을 약간 짭짤하게 만들려고 국물을 조금 더 졸였다.
―사골 육수에 표고버섯, 사과 등을 넣어 2시간 졸였다.
―매실을 설탕물에 조려 두었다가 조리할 때 설탕 대신 쓰면 좋다.
―장조림은 간장에다 쇠고기를 넣고 조린 반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