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협상할 때 좋은 결과 내려면… 상대방 몸짓 흉내 내보세요

입력 : 2019.06.21 03:09

카멜레온 효과

최근 한 연예인이 결혼하자 인터넷에는 '닮은꼴 부부'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어요. 부부는 얼굴이 닮아간다는 속설도 있어요. 과연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상대방의 표정을 흉내 낸 결과, 두 사람이 똑같은 얼굴 근육을 반복해 사용하면서 얼굴 근육과 주름 형태가 닮아간다는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카멜레온 효과'라고 부릅니다. 카멜레온이 빛의 강약과 온도에 따라 몸의 빛깔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의 행동에 맞춰 나의 행동을 바꾸게 된다는 거지요.

네가 웃으면 나도 웃는다

웃는 사람을 보면 우리도 웃음이 나오기 쉽지요. 1999년 뉴욕대 심리학과 타냐 차트랜드(Chartrand)와 존 바(Bargh) 교수팀은 뉴욕대 학생을 대상으로 카멜레온 효과를 검증해봤어요. '사람 사이에서 행동 모방이 일어나는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더 모방하는지' '내 행동을 모방하는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지'를 연구했죠.
카멜레온 효과 그래픽
/그림=박다솜

차트랜드 교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어요. 각 참여자는 사전에 실험 조교와 짝을 이뤄 대화를 나눴어요. 연구진은 조교와 실험에 참여한 학생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해 분석했죠. 조교는 얼굴을 문지르거나, 발을 떨거나, 다리를 꼬거나, 미소를 짓는 등의 행동을 했어요. 조교가 얼굴을 문지르면 참가자들도 자신의 얼굴을 문질렀습니다. 비디오 영상 분석 결과, 실험에 참여한 대학생은 실험 조교가 미소를 지었을 때 더 많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30~50% 참여자가 이런 카멜레온 효과를 보여줬어요.

다음 실험에서는 앞선 실험과 비슷하게 조교와 학생이 단둘이 대화를 나눴는데, 이번엔 사전에 참여 학생들의 공감 능력을 측정해 집단을 나눴어요. 공감 능력이 높은 참여 학생과, 공감 능력이 낮은 참여 학생 중 누가 더 조교 행동을 따라 하는지를 본 것이죠. 5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감 능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조교의 얼굴 문지르기와 발 떨기를 더 많이 따라 했어요. 연구진은 이는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들이 타인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카멜레온 효과도 강력했다고 분석했죠.

행동만 따라 해도 호감도 15% 상승

다른 실험에서는 조교와 참여 학생이 15분 동안 서로 사진에 대해 토론을 하게 한 뒤 학생들에게 조교에 대한 호감도를 물었어요. 연구팀은 70여명의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A그룹 학생과 대화할 때는 조교에게 티 나지 않게 학생의 행동을 모방하게 했고, B그룹 학생과 이야기할 때는 조교에게 학생 행동을 모방하지 말라고 했죠. 그 결과, 실험 조교가 참여자의 행동을 모방한 A집단에서 평균적으로 호감도가 15%가량 높게 나왔어요. 남녀 차이 없이요. 결론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동작과 행동을 따라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카멜레온 효과는 다른 영역에도 적용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협상할 때 상대방 몸짓을 티 안 나게 흉내 내면 더 좋은 협상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또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고객의 식사 주문 내용을 똑같이 반복해 말하면 그렇지 않았던 다른 종업원보다 팁을 70%까지 많이 받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카멜레온 효과는 사람이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무의식적 방법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미국 사회심리학자 애덤 갈린스키(Galinsky)는 "상대방과 (자신이) 잘 맞는지 살피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상대 행동에 자신의 행동을 일치시켜 보는 것"이라고 했어요.

☞행동 따라 하기, 들키면 역효과

카멜레온 효과에 따르면, 상대방 행동을 따라 하면 더 호감형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연애 코칭을 하는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그런 사실이 들통나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따라 하면 모를까 억지로 상대방 행동을 흉내 내다 들키면 역효과가 생긴다는 겁니다.

상대방 행동을 흉내 내려 하기보다는 공감 능력을 길러보세요. 실험에서도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상대방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더 많이 따라 했다는 결과가 나왔죠. 공감하며 경청하면 자연스럽게 카멜레온 효과가 발휘될 겁니다.





이동귀·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