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이집트 파피루스부터 전자책까지… 망태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책의 역사

입력 : 2019.06.21 03:07
그 집에 책이 산다

그 집에 책이 산다

이윤민 글·그림|한림출판사|40쪽|1만1000원

계절맞이 대청소를 하며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몇 권의 책은 잡동사니와 함께 대문 밖에 내놓아집니다. 재미있게 읽었더라도 새 책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자리를 양보해야죠. 그렇게 내놓아진 책은 어디로 갈까요? 손수레 끌며 폐지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할아버지 중에는 알고 보면 책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내놓은 책이 소중한 자료가 되어 선반에 모셔질지도 모르죠.

호기심 많은 재율이가 사는 동네. 대문 밖까지 책과 종이 상자가 쌓여 있는 집이 있어요. 그 집엔 일명 '망태 할아버지'라 불리는 분이 살고 계시지요. 그 집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슬며시 고개 들이민 재율이가 처음 보게 된 것은 상형문자가 쓰인 두루마리예요. 종이가 없던 시절 최초의 책이죠. 상형문자인 걸 보고도 모르냐고 타박하던 할아버지는 내친김에 파피루스 만드는 법도 설명해주십니다. 파피루스 종이는 이집트에서만 만들 수 있다고 하는군요. 재료가 나일강 습지에서만 자라니까요. 이집트가 파피루스를 더 이상 팔지 않자 그리스 도시국가 페르가몬이 이집트와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네요. 어느덧 재율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그 집에 책이 산다
/한림출판사
퉁명스러운 할아버지가 툭툭 던지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양가죽을 씻어 만든 양피지, 낱장을 꿰매어 묶은 코덱스 책 등 책의 역사가 술술 풀려나옵니다. 우리나라의 금속활자와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기를 거쳐 현대까지요. 요즘은 책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설명해주시네요. 현대의 아트북과 전자책(e북)까지요. 유장한 책의 역사가 할아버지의 어두운 방에서 만화경처럼 펼쳐져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불친절한 할아버지는 결국 마을 도서관을 열고 시끌벅적한 아이들과 함께 책을 봅니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말이 없고 퉁명스럽지만 괜찮아요. 어디서 누구와 읽든 책은 재미있으니까요.

박사·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