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40년 전 국내서 멸종… 인공번식시켜 지난달 우포늪에 방사

입력 : 2019.06.21 03:05

따오기

지난달 한반도에서 40년 전 멸종됐던 따오기(Nipponia nippon) 10마리가 경남 창녕 우포늪에 방사됐어요. 따오기는 19세기 전반까지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몸길이 75㎝짜리 철새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멸종됐다고 해요.

따오기는 겨울을 나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철새입니다. 19세기 말 영국 외교관 찰스 캠벨은 한국의 조류를 관찰한 뒤 '한국에서 따오기는 겨울과 봄에 쉽게 볼 수 있는 새'라고 기록했어요. 1911년만 해도 따오기 수천 마리가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는 기록이 있고, '따오기'라는 동요가 있을 정도로 친숙한 새였어요. 그렇지만 1978년 판문점에서 마지막 한 마리가 관찰된 것을 끝으로 한반도에서 사라졌죠.
따오기는 구부러진 부리와 붉은 머리가 특징입니다. 구부러진 부리로 진흙 속 먹잇감을 찾아 먹지요.
따오기는 구부러진 부리와 붉은 머리가 특징입니다. 구부러진 부리로 진흙 속 먹잇감을 찾아 먹지요. /게티이미지코리아
현재 따오기는 '멸종위기종'입니다. 따오기는 산림 개발과 습지 매립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야생에서 사라졌어요. 숲과 습지가 줄어들어 따오기가 안심하고 둥지를 틀고 먹이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줄었어요. 농약 살포로 따오기의 먹이인 개구리, 도롱뇽, 미꾸라지, 게, 가재, 우렁이 같은 수생동물 수도 줄었고요.

따오기는 진흙 속에 구부러진 부리를 넣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먹이를 잡아먹어요. 이렇게 구부러진 부리는 진흙 속에 숨어 있는 먹이를 잡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물에서 빠르게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를 잡을 때는 직선형으로 곧게 뻗은 백로류의 부리를 따라가지 못해요. 먹이 사냥터인 습지가 사라지고 농약으로 먹잇감이 줄어들면서 따오기가 살기 어려워진 것이죠.

또 따오기 몸속에 농약이 쌓이면서 알 껍데기가 얇아지는 기형이 생겨 번식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이런 이유로 일본과 러시아에 살던 야생 따오기도 사라졌어요. 현재 야생 따오기는 중국에만 살고 있어요.

따오기는 백로류와 비슷하지만, 정수리에서 뒷목 목덜미까지 흰색 깃털이 방사형으로 길게 나 있는 게 특징이에요. 붉은색 머리가 인상적인데, 피부가 깃털 없이 겉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이런 색을 띱니다.

야생 따오기가 멸종하자 우리나라와 일본은 중국에서 따오기를 들여와 인공번식을 해 수를 늘리고 있어요. 일본은 1999년부터 인공번식을 시작해 2008년 방사했는데 자연에 순조롭게 적응해 번식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를 들여와 300마리 이상을 키워냈어요. 이 중 일부인 10마리를 먼저 지난달 자연에 돌려보냈어요. 환경부는 올해 총 40마리를 방사할 계획입니다.

이집트 지혜의 신 토트(Thoth)의 얼굴은 따오기에서 빌렸다고 합니다. 사람의 몸에 구부러진 부리를 한 따오기 머리가 붙어 있죠. 이집트에 사는 따오기는 동북아시아 따오기의 사촌뻘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초승달을 신성시했는데, 따오기의 구부러진 부리가 이와 닮아 신성한 동물로 꼽혔다고 해요.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