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93] '호두'와 '호도'
입력 : 2019.06.20 03:00
* 지난주 구입한 호두과자 포장지에 쓰인 내용입니다. "호두과자 전문점 ○○호도". 꽤 널리 알려진 이 호두과자 회사인 '○○호도'의 홈페이지와 인터넷 광고 문구를 살펴보면 "선물용 호두과자, 호두과자 답례품을 찾으신다면 ○○호도"라고 나와 있어요. 회사 이름에는 '호도'를, 제품 설명에는 '호두'를 쓰고 있지요.
* 전남 장흥군에는 '귀족호도박물관'이 있어요. 식용 호두가 아닌 손 운동용 호두인 '귀족호도'는 옛날 임금님께 바쳤던 진상품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 전남 장흥군에는 '귀족호도박물관'이 있어요. 식용 호두가 아닌 손 운동용 호두인 '귀족호도'는 옛날 임금님께 바쳤던 진상품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 ▲ /그림=정서용
한자어 '호도(胡桃)'는 우리나라 15세기 문헌에 처음으로 나타납니다. 17세기 문헌에서는 한글로 '호도'로 표기된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 모음 'ㅗ'를 'ㅜ'로 발음하는 영향으로 '호도'와 '호두'가 함께 쓰이다가 현재는 '호두'만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즉 '앵도(櫻桃)와 앵두, 자도(紫桃)와 자두, '호도(胡桃)와 호두'처럼 어원이 한자어지만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호두나무의 열매'는 '호두'이고, 껍데기를 벗긴 호두의 속살을 잘게 쪼개거나 갈아서 밀가루와 섞은 다음 호두알 모양으로 둥글게 구워 만든 방울떡을 이르는 말은 '호두과자'입니다. '호도' '호도과자'라고 쓰면 틀립니다. 그래서 고유명사인 업체명에는 '호도'라고 썼지만 파는 물건은 '호두과자'라고 한 것이죠.
'호두'는 '호두 속 같다'는 관용구에도 등장해요. '일이 복잡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