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식물로 '진짜' 고기 맛 낸 비결은… 콩 뿌리 속 헤모글로빈

입력 : 2019.06.13 03:00

[인조고기]
'임파서블 푸드' 가 만든 인조고기… 혈액 성분 헴 분자 섞어 소고기 맛 내
코코넛 기름으로 육즙까지 재현

최근에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고기 없는 고기 맛 버거'를 시판해 화제가 됐어요. 미국 햄버거 체인 버거킹이 '임파서블 푸드'라는 회사와 협력해 미국 중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매장에서 '임파서블 와퍼'라는 새 메뉴를 선보인 거예요. 고기를 전혀 쓰지 않고 식물성 재료로만 패티를 만들었는데, 맛이 진짜 쇠고기 패티를 넣은 햄버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해요.

최근 인조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인조고기 패티를 쓰는 식당이 미국에서만 2만 곳을 넘겼어요. '임파서블 푸드'와 함께 이 분야를 주름잡고 있는 게 '비욘드 미트'라는 업체인데, 이곳은 지난 5월 기업공개(IPO)를 한 지 두 달도 안 돼 시가총액이 15억달러에서 100억달러(약 12조원)로 뛰었어요.

인조고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현재까지 개발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진짜 고기 같은 '콩고기'

옛날부터 절에서는 고기 대신 두부나 콩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했어요. 여기 착안해서 만든 게 흔히 '콩고기'라 부르는 식물성 고기랍니다.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도 둘 다 여기서 출발했어요. 식물을 이용해 얼마나 실제 고기와 비슷한 풍미를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죠.

[재미있는 과학] 식물로 '진짜' 고기 맛 낸 비결은… 콩 뿌리 속 헤모글로빈
/그래픽=안병현
임파서블 푸드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에 들어 있는 '헴(heme)' 분자가 고기 맛의 원천임을 알아냈어요.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나르는 역할을 하죠. 헤모글로빈 속 헴에는 철분이 들어 있어 선홍빛 고기 색과 금속성 풍미를 내요. 이 회사는 콩 뿌리혹에서 헴을 추출하고, 유전자 조작 기술을 써서 대량으로 헴을 만들어냈어요. 핏빛 액체인 헴을 식물성 단백질과 섞어 인조고기를 만들었더니, 풍미도 색깔도 실제 소고기와 비슷해졌어요. 감자 단백질을 이용해 실제 고기를 씹는 듯한 식감을 만들고, 육즙 대용으로 코코넛 기름도 활용했죠.

비욘드 미트도 방법은 다르지만 역시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인조 닭고기와 쇠고기를 선보였어요. 진짜 고기와 얼른 구별하기 힘든 식감에, 미국 미식가들이 깜짝 놀랐죠.

실험실에서 '키우는' 고기

하지만 꼭 식물에만 답이 있는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는 동물 세포를 샬레에서 배양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키워내는 방법을 찾아 나섰어요.

실험실에서 배양육을 만들려면 우선 기르기 시작할 세포를 골라야 합니다. 세포분열을 가장 왕성하게 하는 세포는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지만, 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정확하게 분화시키는 기술은 아직 불완전합니다.

그래서 배양육을 만들 때는 근원세포(myoblast)를 씁니다. 근원세포란 근육으로 분화하는 것은 확실한 세포이지만 어떤 근육세포로 분화할지는 불분명한 세포를 뜻해요.

배양육을 키우는 두 번째 단계는 근원세포를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촉진하는 단백질과 영양분이 있는 곳에 두고 성장시키는 겁니다. 세포가 점점 불어나 고기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겠죠? 이렇게 배양한 세포가 마치 고기 같은 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겹겹이 쌓인 구조를 만들어주는 게 마지막 단계랍니다. 고기다운 식감이 나려면, 세포가 약 2만 겹쯤 쌓여야 한다고 해요.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처음으로 배양육을 사용한 햄버거를 선보였어요. 다만 햄버거 패티 단가가 개당 3억원이 넘었어요. 현재 패티 가격은 개당 11달러(약 1만3000원) 수준입니다. 여전히 진짜 고기보다 5배 이상 비싸긴 하죠. 이들은 2021년까지 가격을 더 낮춰 시판할 계획입니다.

식물로 만든 패티와 동물 세포로 만든 패티 중에선 어느 쪽이 더 맛이 좋을까요? 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배양육이 훨씬 더 인기가 높았어요. 지금 추세라면 여러분이 직접 먹어보고 비교할 기회도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 같아요.


[인조고기, 온실가스 줄여요]

인조고기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환경 보전 효과 때문입니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 O)가 낸 보고서를 보면 축산농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체의 14.5%였습니다. 전 세계 모든 자동차와 비행기 등 운송수단에서 나오는 양과 비슷한 수치죠.

특히 쇠고기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했어요. 쇠고기 200㎉당 이산화탄소가 24㎏이나 나왔거든요. 닭고기의 5배, 콩의 10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쇠고기를 인조고기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산화탄소뿐 아니에요. 가축은 트림과 방귀 등으로 또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합니다. 가축이 내뿜는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해요.

인조고기가 널리 퍼지면, 이런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큽니다. 또 인조고기는 가축의 대량 생산과 대량 도축과 같은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실제 고기만큼 맛이 좋아야 하겠지요.



주일우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