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루브르 피라미드'가 대표작… 프리츠커 건축상 아시아인 최초 수상

입력 : 2019.06.12 03:00

이오 밍 페이

이오 밍 페이
이오 밍 페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광장 중앙에는 유리 피라미드가 서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한껏 멋을 낸 옛 궁전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 출입구는 독특한 매력을 자아냅니다.

지금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지만 1989년 건축 당시엔 큰 논란이 벌어졌어요. 우리식으로 말하면 광화문 앞에 유리 피라미드를 세워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활용하는 것과 같은 파격적인 시도였으니까요.

유리와 철로 간결하게 만든 유리 피라미드는 삼각뿔 형태 덕분에 루브르 궁전 지붕 선을 최소한으로 침범하고 아주 투명한 유리를 사용해 반대편에서도 궁전 건물이 잘 보입니다. 단순함의 미학으로 기존 건물의 세밀한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은 것이죠. 덕분에 수백 년 동안 궁전으로 쓰인 루브르라는 역사적 공간과 신구의 조화를 이뤘다는 찬탄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이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가 지난달 15일 항년 10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1917~2019·사진). 약칭인 I.M. 페이로도 잘 알려져 있죠.

중국 광저우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페이는 1935년 건축에 대한 열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MIT에서 수학하고, 하버드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어요. 그때 바우하우스의 설립자이자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발터 그로피우스에게 배우며 "만나본 학생 중 최고의 재능"이라는 말을 들었죠.

페이는 '정통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계승자'로 불립니다. 모더니즘 건축은 우리가 현재 사는 도시 풍경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건축 사조입니다. 철, 유리, 콘크리트 등 근대에 등장한 새로운 재료를 활용해 간결하고 기능적인 건축을 시도했죠. 그전까지 습관적으로 쓰이던 장식을 과감히 제거했고,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던 지역적·문화적 요소도 멀리했습니다. 합리성에 바탕을 둔 모더니즘 건축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국제주의 양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답니다.

루브르박물관 광장에 서 있는 유리 피라미드.
루브르박물관 광장에 서 있는 유리 피라미드. 단순함의 미학으로 기존 건물과 조화를 이룹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페이는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를 비롯해 미국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뉴욕 포시즌스 호텔, 홍콩 중국은행 본사, 중국 쑤저우 미술관 등을 통해 모더니즘을 계승하면서 지역적 맥락도 살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페이는 서구가 주도한 20세기 건축에서 주류 중의 주류로 꾸준히 활동한 아시아인이었습니다. 1983년 아시아인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어요. 또 세계 건축을 이끄는 양대 산맥인 미국건축가협회(AIA)와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에서도 공로상을 받았죠.

동그란 뿔테안경을 쓰고 늘 친절하게 웃어 '미스터 스마일'이란 애칭으로 불리던 이오 밍 페이. 평생 건축을 사랑했던 그가 그립습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