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당구공 재료 '코끼리 상아' 값 치솟아… 플라스틱 발명했죠

입력 : 2019.06.11 03:00

당구

지난 7일 첫 'PBA 투어'가 끝났습니다. 지난달 출범한 프로당구협회(PBA)가 주최한 첫 대회였죠. 당구가 프로 스포츠가 되어가는 겁니다.

'당구(撞球)'는 '친다, 때린다'는 뜻의 한자어 당(撞)을 씁니다. 당구는 한 가지 종목만 뜻하지 않아요. 당구는 테이블 위에서 큐(cue)라고 하는 막대기를 사용해서 공을 치는 여러 종목을 아우르는 명칭이거든요. 영어로는 '큐 스포츠(cue sports)'라고 하죠. 당구는 당구대에 구멍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크게 포켓형과 캐롬형으로 나뉩니다. 전자는 풀과 스누커, 후자는 캐롬이 대표 종목이에요. 한국인이 즐기는 '3쿠션'이 캐롬이죠. 'PBA 투어'도 캐롬으로 승부를 겨루고요.

당구공
/위키피디아
흥미로운 점은 당구가 플라스틱을 발명하는 계기 중 하나였다는 겁니다. 당구는 14세기부터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당시에 당구공은 자갈이나 나무를 동그랗게 갈거나 깎아내 만들었어요. 그러다 17세기부터는 아프리카와 인도에 있는 식민지에서 코끼리 상아를 수입해 당구공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당구 인기가 더 높아진 19세기에는 상아 공급이 당구공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어요. 상아 한 개로 만들 수 있는 당구공은 평균적으로 3개 수준이었는데 코끼리는 계속된 남획으로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상아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상아 대신 당구공을 만드는 데 쓸 재료가 필요해졌죠.

당구대 제작 회사를 운영하던 미국인 마이클 펠란(Phelan)은 1863년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발명하는 사람에게 1만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내기까지 했어요. 발명가들이 앞다퉈 신소재를 활용한 당구공 개발에 나섰죠. 뉴욕 인쇄업자였던 존 하이엇(Hyatt)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이엇은 1869년 질산섬유소(니트로셀룰로오스)에 장뇌(녹나무를 증류하면 나오는 고체 성분으로 화약과 방충제의 원료로 쓰이는 물질)를 혼합하면 매우 단단한 물질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특허를 출원했어요. 이것이 최초의 플라스틱으로 꼽히는 '셀룰로이드(celluloid)'입니다. 셀룰로이드는 이후 당구공, 탁구공, 카메라 필름, 주사위, 단추 등을 만드는 데 쓰였어요. 다만 하이엇은 상금을 받지는 못했어요. 셀룰로이드는 상아만큼 품질이 좋지 않았고, 가끔씩 공끼리 강하게 부딪쳤을 때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 등 안전성 문제도 있었어요.

이후1907년 화학자 리오 베이클랜드(Baekeland)가 '베이클라이트(bakelite)'라는 플라스틱을 발명하면서 상아를 대신해 당구공 재료로 널리 쓰였습니다. 현대에는 벨기에 살뤽(Saluc)사가 만드는 '아라미스' 당구공〈사진〉이 세계 당구공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어요. 역시 플라스틱 제품인데 정확한 제조 방법은 기밀이라 알려져 있지 않아요.

우리나라에 당구가 들어온 것은 대한제국 시기로 봅니다. 1925년 순종 때 창덕궁에 당구대 2대를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현재 국내 당구장 수는 약 2만2000개. 동호인은 150만명 규모로 추정됩니다.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