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인간 틈에서 매일 묵묵히 일하던 매미… 어느 날 작별 고하고 옥상 난간에 서다
입력 : 2019.06.11 03:00
'맴맴맴'하는 매미 소리가 곧 들리겠네요. 여름이 다가오니까요. 매미는 보통 유충으로 7년 정도 땅속에서 살다가 성충이 되면 밖으로 나옵니다. 미국 중서부의 어떤 매미는 무려 17년까지 땅속에서 산다고 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 땅속에 산 것에 비해 바깥세상에서 보내는 삶은 너무도 짧죠. 한 계절 남짓이니까요.
이 책의 주인공 매미는 17년을 회색 건물에서 일합니다. 비좁은 책상이 칸칸이 들어차 있는 사무실이죠. 매미는 단정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넥타이도 매고 매일 제시간에 출근했어요. 매미는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인간 동료는 매미를 늘 바보 취급했어요.
매미가 회사를 그만두는 날도 마찬가지였어요. 환송 파티는커녕 작별 인사 한마디조차 없었어요. 자기가 쓰던 책상을 직접 치운 매미는 '이제 안녕을 고할 때다'고 말하며 회색 건물의 계단을 뚜벅뚜벅 올라가 옥상으로 향합니다.
옥상 난간 끝에 선 매미. 대체 어쩌려고 저럴까요? 그런데 곧 의외의 장면이 펼쳐집니다. 매미의 등이 갈라지고 붉은색 날개가 나타나요. 변태의 순간이에요. 17년 동안 매미의 삶은 '유충'이었고, 이제야 성충이 된 겁니다. 매미는 날개를 힘차게 흔들며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작가는 '매미'의 이런 결말이 어떤 의미인지 직접 말해주지 않아요. 대신 독자 스스로 질문을 하게 만들죠.
- ▲ /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