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경일의 심리학 한토막] 음악 들으며 공부? 음악이 주는 안정감에 이해 잘된다고 착각할 뿐

입력 : 2019.06.05 03:00

멀티태스킹

두 가지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한다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문서 편집 작업을 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걸 '멀티태스킹(다중 작업)'을 한다고 하죠. 얼핏 생각하면 여러 일을 동시에 하니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죠. '음악을 들으며 공부해야 더 잘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고요. 그런데 정말 이런 행동이 효율적일까요.

여러 인지심리학자가 공통으로 연구·실험을 통해 내놓은 결론은 '사람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지 않다'라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 일을 동시에 잘해내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거지요.

음악 들으며 공부? 음악이 주는 안정감에 이해 잘된다고 착각할 뿐
/게티이미지뱅크
'여러 일을 동시에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심리학자들은 '느낌의 전염'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볼까요. 친숙한 노랫말과 멜로디를 들으면 즐거움이나 안정감을 느낍니다. 이 정서가 공부에도 전염된다는 겁니다. 마치 공부하는 내용이 즐겁고, 안정감을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거죠. 그 결과 지금 공부하는 내용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둘 다 망칠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껌을 씹으며 단어를 외우면 어떨까요. 껌을 씹지 않고 단어만 외울 때보다 암기하는 단어가 10~20% 줄어든다고 합니다. 껌을 씹는 데 대단한 노력이나 머리를 쓸 필요는 없죠. 무심코 껌을 씹었을 뿐인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단순하고 사소한 일도 비효율을 만들어 낸다는 겁니다. 운전하며 핸즈프리 기능을 통해 전화 통화를 하면 어떨까요.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이렇게 핸즈프리 기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어요.

사실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는 곳이 있어요. 대형 마트가 대표적이죠. 대형 마트에서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경쾌한 음악을 틀어줍니다. 그럼 사람들은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며 쇼핑을 하겠지요. 사람들은 '노래를 잘 따라 부르고 있으니, 쇼핑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의 전염을 겪어요. 그런데 마트에서는 원래 사기로 한 물건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사면서 예산을 초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예산 안에서 물건을 사는 데만 집중해야 하는데 음악도 즐기고 있게 되니 생기는 일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경우엔 대체로 두 가지 일을 다 어중간하게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아요.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학생. 책상 앞에는 오래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업무 성과가 좋지 않은 직장인. 모두 '멀티태스킹'이 원인일 수 있어요. 인간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잘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공부할 때는 공부만 해야 합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