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흑비둘기는 GPS, 개개비는 유전정보로 '월동 장소' 연구하죠

입력 : 2019.05.31 03:00

철새 경로

울릉도에서 살던 흑비둘기〈왼쪽 사진〉가 겨울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는데, 지난달 국립생태원이 "흑비둘기가 일본에서 월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어요.

흑비둘기는 한국과 일본의 여러 섬에서 번식하는 몸길이 40㎝ 정도의 새입니다. 머리와 목 부분에 있는 녹색과 자색의 광택을 빼면 몸 전체가 검은색입니다.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데 대부분 포식자를 피해서 섬에 살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 주로 살죠.

흑비둘기는 단번에 수백㎞를 날아갈 수 있어요. 섬에서 살면서 주로 후박나무, 동백나무, 너도밤나무, 덧나무의 열매를 먹는데, 한 섬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떨어지면 멀리 떨어진 다른 섬으로 날아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흑비둘기(왼쪽), 개개비
흑비둘기(왼쪽), 개개비. /국립생태원·위키피디아
국립생태원 연구팀은 장거리 비행이 잦은 흑비둘기에 휴대전화 통신망 기반 위치 추적기를 부착했어요. GPS를 통해 이 흑비둘기가 어디로 갔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한 거죠. 전화가 터지는 곳에 가면 흑비둘기에 부착한 통신 장비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듯이 좌푯값을 보내왔어요.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이동 경로를 파악한 겁니다.

흑비둘기 한 마리에 장비를 부착하고 1년 남짓 연구를 했는데 그 결과 울릉도에서 여름을 보내고 9월에 직선거리로 약 278㎞ 떨어진 일본 북서쪽 시마네현 오키노시마섬에 도착해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에 울릉도로 돌아온 것이 확인된 겁니다.

철새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에는 이렇게 통신기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가락지를 부착해 확인하는 방법도 있어요. 통신기기나 가락지 도움 없이, 새의 깃털이나 혈액에서 채취한 DNA를 유전적으로 분석해보는 방법도 있고요.

제가 현직에 있을 때 '개개비'〈오른쪽 사진〉라는 철새를 대상으로 이런 연구를 했었어요. 여러 지역 또는 국가에서 발견된 개개비의 깃털이나 혈액에서 채취한 DNA 유전자를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당시 한국·일본·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5개 나라에서 개개비 65마리를 잡아서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었죠. 물론 유전정보만 얻고 새들은 곧바로 놓아줬죠. 개개비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하고, 봄에 우리나라와 일본에 찾아와 번식하는 여름 철새입니다.

이렇게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한국·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4개 나라 개개비는 유전적으로 비슷했어요. 그런데 일본 개개비는 다른 조사 대상 개개비와 유전정보가 달랐어요. 즉 한국에 오는 개개비 무리는 동남아시아의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사는 개개비와 유전적 교류가 있었어요. 한국에 오는 개개비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살기도 했다는 뜻이죠. 반면 일본에 사는 개개비는 수만 년 동안 일본 지역에서만 살아와서, 유전정보가 다른 개개비 무리와는 차이가 났어요.

이 경우 단지 이동 경로와 서식지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정보를 분석해 같은 새가 집단별로 어떻게 다르게 진화했는지도 지켜볼 수 있죠.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