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태양 중력에 별빛 휘어진다'… 1919년 개기일식 때 증명
오늘, 상대성이론 증명 100년
직진만 한다고 알려진 친구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친구가 어디서 뛰어왔는지 알 수 있죠. 그런데 어느 날 놀라운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 이 친구가 어떤 경우에는 휘어진 경로로 달리기도 한다는 걸요. 100년 전 오늘(1919년 5월 29일) 과학자들이 이 친구가 직진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직접 관찰합니다. 1초에 약 30만㎞를 달리는 친구, 바로 빛 이야기입니다.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빛은 직진한다고 알려졌어요. 고전물리학을 정립한 아이작 뉴턴 역시 빛이 직진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죠. 그런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 ~1955)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판도가 바뀝니다.
상대성이론은 우리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보기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정리한 이론이에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달리는 기차에 앉아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진다고 상상해보세요. 여러분 눈에 비친 공은 위아래로 수직 운동하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하지만 기차 밖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공이 포물선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기차가 앞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보기에 따라서 '상대적'이라는 것이 어떤 뜻인지 감이 오시죠?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이 독립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는 '시공간'이고,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고 했어요. 오늘은 이 중에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부분에만 집중할게요.
- ▲ /그래픽=안병현
아인슈타인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질량이 큰 물체는 큰 중력이 있고, 이 중력은 주변 공간을 휘어지게 한다'는 겁니다. 철길을 따라 달리는 기차를 생각해볼까요. 기차는 철길을 따라 달리게 되어 있어서 만약 철길이 휘어져 있다면 기차도 휘어져서 달리겠죠.
이제 기차는 빛, 철로는 시공간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아인슈타인은 빛 자체는 기차처럼 직진만 하지만, 빛이 이동하는 공간이 강한 중력으로 휘어져 있으면 빛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일 거라고 추론했어요.
지구 질량의 약 33만 배에 달하는 태양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중력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태양의 강한 중력은 주변 시공간을 일그러트리기 때문에 멀리 있는 별에서 오는 빛이 태양 근처를 지나면 태양의 중력에 의해 진로가 휜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처음에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어요. 수천년 동안 인류는 빛이 직진한다고 믿었고, 시간과 공간, 질량은 독립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질량 때문에 시공간이 변형되고 빛이 휘어 보인다니 충격적인 주장이었죠.
◇개기일식이 안겨준 선물
아인슈타인의 주장대로라면 별빛이 태양 곁을 지날 때 휘어져서 마치 그 별이 태양이 멀리 있을 때와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요. 그렇다면 별 하나를 정해서 태양이 근처에 있을 때와 태양이 없는 밤에 비교 관측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밤에 별을 관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문제는 태양빛이 강한 낮에는 태양 근처를 지나오는 별빛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과학자들은 궁리 끝에 해법을 찾아냅니다. 평상시 햇빛이 강해 관측이 어렵다면 해가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을 노리면 된다는 거죠. 개기일식으로 햇빛이 가려지면 태양 근처 별빛도 관측할 수 있으니까요.
영국 천문학자 아서 스탠리 에딩턴(1882 ~1944)은 이 점에 착안해 1919년 5월 아프리카 프린시페섬을 찾아갑니다. 당시 개기일식을 관측하기에 최적의 장소였거든요. 그 결과 개기일식 때 찍은 별은 전날 밤에 찍힌 장소와 다른 곳에서 빛나고 있었어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실제 관측으로 검증된 순간이었어요.
◇에딩턴의 관측 그 이후
에딩턴은 이듬해인 1920년 관측 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발표하여 과학계와 언론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에딩턴의 검증 덕분에 아인슈타인은 세계적인 천재 과학자로 주목받게 되었고, 일반상대성이론도 받아들여지게 되었죠. 1차 세계대전 직후였던 당시 영국 학자가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적국이었던 독일 출신 물리학자의 이론을 실제로 검증해냈기에 더욱 주목받았죠. 덕분에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파와 블랙홀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줬고 오늘날까지도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어요.
☞개기일식, 약 18개월 주기로 발생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놓여 달이 태양을 전부 가리는 현상입니다. 달이 태양을 서서히 가리기 시작하다가 마침내 완전히 가리게 되면 온 세상이 밤이 된 것처럼 칠흑같이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별이 빛나기 시작해요.
지구상에서 개기일식은 약 18개월을 주기로 장소가 바뀌며 일어납니다. 에딩턴이 개기일식을 관찰하러 아프리카 프린시페섬으로 떠난 것도 그래서였죠. 올해는 7월 2일 남아메리카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