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90] '꼬치'와 '꼬지'

입력 : 2019.05.30 03:03

고속도로 휴게소의 간식 코너 간판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어요. '떡꼬지 1500원, 닭꼬지 2500원, 햄떡꼬지 3000원.'

한 대기업은 '오색꼬지전'이라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어요. 소개 글에서는 "전통의 맛을 구현한 옛날 꼬지전이다. 맛살, 새송이버섯, 쇠고기, 파 등을 꼬지에 꽂아 달걀 옷을 입혀 부쳐냈다"고 썼죠.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요? 위에 쓴 '꼬지'는 모두 '꼬치'로 바꿔야 맞춤법에 맞아요.

'꼬치'의 뜻을 알아볼까요. 꼬치는 첫째, 꼬챙이에 꿴 음식물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가래떡이나 어묵으로 만든 꼬치를 좋아한다'와 같이 쓰여요. 둘째, 가늘고 길면서 끝이 뾰족한 쇠나 나무 따위 물건을 뜻합니다. 비슷한 말로 '꼬챙이'가 있어요. 셋째, '꼬챙이에 꿴 물건을 세는 단위'입니다. '전복 한 꼬치, 어묵 한 꼬치, 참새구이 두 꼬치' 등과 같이 쓸 수 있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많은 사람이 '꼬치'를 '꼬지'라고 잘못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쓰러지거나 빠지지 아니하게 박아 세우거나 끼우다'라는 뜻을 가진 '꽂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잘못 쓰는 것 같아요. 강원·경북 일부 지역에서 방언으로 '꼬치'를 '꼬지'라고 부르는 것도 헷갈리는 이유일 수 있어요. 또 '우산 꽂이' '연필꽂이' 등 익숙한 말 때문에 '꽂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는데 '꽂이'는 꼬챙이를 잘못 쓴 말입니다. 음식을 말할 때는 무조건 '꼬치'라고 써야 정확하다는 것, 잊지 마세요.

그럼 '꼬지'는 언제 쓸까요? '꼬지'는 '꼬다'의 부사어입니다. '꼬다'는 '가는 줄 따위의 여러 가닥을 비비면서 엇감아 한 줄로 만들다, 몸의 일부분을 이리저리 뒤틀다, 비꼬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몸을 비비 꼬지 마라' '남의 말을 꼬지 마라'같이 쓸 때 '꼬지'를 쓰지요.

〈예시〉

―아빠는 캠핑 갈 때마다 꼬치구이를 해 주신다.

―어묵 꼬치가 들어 있는 뜨끈한 국물을 할머니는 참 좋아하셨다.

―떡꼬치에 양념을 발라 구워 먹었다.

―삼색 꼬치전을 만들 때 가족 모두가 역할을 나누어 맡아 일찍 마칠 수 있었다.

―그는 포장마차에서 해물 두 꼬치와 닭꼬치를 주문했다.

―산적은 쇠고기 등의 재료를 길쭉길쭉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꼬치에 꿰어 구운 음식을 말한다.




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